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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는 민중 삶 토대로 한 생활문화의 수도"

민속학자 이윤선 '남도를 품은 이야기' 출간
"하찮은 것들 속에서 의미 찾는 것이 시대정신"

2022년 01월 18일(화) 18:11
[전남매일=오지현 기자]유사한 개념이자 동질의 장소를 지칭하는 ‘호남’과 ‘남도’. 그러나 지역학에 따르면 ‘호남학’은 역사 중심의 용례가, ‘남도학’은 문화 중심의 용례가 많은 등 차이점을 보인다. 호남학이 역사적 입장이나 호국 정신사적 맥락을 드러낸다면, 남도학은 서민문화와 민중문화 혹은 평민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학적 맥락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호남학보다 남도학이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진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 이윤선씨가 신간 ‘남도를 품은 이야기’를 통해 남도의 역사와 민속 등 무형 유산을 아우르며 이 땅의 풍속과 정서를 규명한다. 이 작가는 ‘남도 인문학’을 주창하는 민속학자로서 판소리와 무가 같은 소리에도 밝다.

이번 책은 역사와 인물, 풍속과 전통, 구전과 설화, 소리와 춤 등 남도의 풍요로운 문화유산들을 다층적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나주 유배지에서 국가 통치철학을 가다듬고 떠난 삼봉 정도전과 같은 역사적 인물부터 공옥진, 장월중선 등 예술가들의 생애와 문화 이야기, 남도 특유의 식도락과 옹기배 등 생활 문화에 이르는 토속 문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남도에서 시작한 저자의 관심은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지나 남태평양까지 뻗어나간다. 책에서 그는 남도의 ‘진놀이’와 닮은 원무 놀이를 하는 미크로네시아의 아이들을 만나고, 조선왕조실록에서 인도네시아 자바국과의 교류의 흔적을 찾는다. 젓갈이 발달한 베트남을 우리 나라와 ‘발효 문화권’으로 묶으며 공동 연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여성과 서민의 풍속에도 주목한다. 여성 최초의 문집을 낸 담양 출신의 송덕봉. 그녀는 16세기 양반 사대부 부부관계의 전형과 달리 첩실을 둔 남편 유희춘을 꾸짖는 등 굴종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도에서 시작된 ‘상례’도 조명한다. 곡을 하며 3년상을 치르기보다는 조문객들과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죽음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남도의 ‘상례’는 권위적 기층 질서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작고 하찮은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시대는 서민의 인권과 역량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근대 이후 경향만 보더라도 선거권의 쟁취, 여권의 신장, 지배세력에 대한 항거 등 피지배 계급의 역량이 강화돼 왔다.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서민 문화다. 한국 정신문화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국 정신문화의 요체를 서민의 말과 몸짓, 풍속에서 길어 올려야 시대정신에 부합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르면 남도는 여성을 포함한 민중들의 삶을 토대로 삼는 생활문화의 수도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남도 정신문화의 요체다.”

한편 저자는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이사장과 남도민속학회장, 일본 가고시마대학 외국인 교수, 베트남 다낭외대 공동연구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남도문화재전문위원이다.

민속학자 이윤선/광주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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