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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단장을 떠나보내며
2022년 01월 13일(목) 17:14
학이 춤추는 마을인 일본 교토 현 마이즈루에서 태어난 한 소녀가 있다. 노는 것보다 발레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좋았으나 재일동포로 일본에서도, 한국에 와서도 늘 외톨이었다는 소녀. 그 소녀는 다름 아닌 37세의 나이에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장으로 취임해 국내 발레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간 최태지다.

그런 그녀가 지난 2017년 광주시립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해, 나는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 세르게이 폴루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댄서’를 처음 보게 됐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발레리노의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몸짓은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어린 시절 동생의 방과 후 활동이었던 발레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어깨 너머로 보기만 했던 발레의 매력을 깨달은 것도 그 때였다.

그렇게 나의 첫 발레 공연은, 그녀가 새로운 수장이 된 해인 2017년 새롭게 재탄생한 ‘호두까기 인형’이 됐다. 발레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무지한 관객이었지만, 무대를 활보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압도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관람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20년, 시립발레단의 ‘오월바람’ 취재를 위해 그녀를 만나게 됐다.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반갑게 맞이하던 최 감독은 “무용수는 하루만 (연습을) 쉬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쉬면 안무가가,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며 무용수로서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한 시간 반 남짓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발레를 향한 그녀의 열정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해 본 ‘오월바람’은 그 해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공연들 중 하나가 됐다.

작년 말, 4년에 걸친 최 감독의 임기가 끝났다. 발레 볼모지인 광주에 내려와 전국의 발레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광주문화예술회관으로 이끌어 낸 그녀의 시간과 공로에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광주시립발레단만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오지현 문화체육부 기자         오지현 문화체육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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