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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방역관 처우 개선 시급하다

전도현 전남도 동물방격과장

2022년 01월 09일(일) 18:12
가축방역관(수의직공무원)은 가축 전염병 예방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소속 공무원으로서 수의사 면허를 가진 자 중에서 임명한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축방역에 관한 사무를 처리한다.

수의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수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수의과대학은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경상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10개 대학에 있다. 건국대만 유일하게 사립대학이며 나머지 9개 대학은 거점국립대학교이다.

수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5과목 평균 수능이 1.5등급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는 40만 명의 수험생 중에 성적이 상위 4%에 들어야만 입학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에는‘의치한수’라는 말이 있다. 각각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수의과대학의 명성이 의학계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2년 과정의 예과와 4년 과정의 본과를 졸업하여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수의사면허증이 주어진다. 면허를 취득한 뒤에는 임상수의사와 비임상수의사로 진로가 나뉘게 되는데 절반 정도가 비임상수의사로 근무를 한다. 비임상수의사의 일부가 공직으로 진출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수의사가 되는 길을 설명한 이유는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고 인고의 노력이 있어야 수의사가 되는데 공직사회의 대우는 턱없이 부족하다.

2000년도에 구제역(FMD), 2003년도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2019년도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국가재난형 질병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운영된다. 최일선 방역 현장에 근무하는 가축방역관은 심각한 희생을 강요받을 것이 뻔하다. 방역 대책 추진에 가장 힘든 사회적 문제는 대응 인력 준비이다. 특히 대응 인력 중에서도 가축방역관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의사가 공직을 기피하고 가축방역관이 이직 또는 사직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사직하는 가축방역관은 계속 나오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가축방역관의 낮은 처우와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 노동으로 이어진 열악한 근무환경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폭발한 것이다.

지난해 2월 32명의 수의직공무원 채용계획이 공고되었으나 단 2명 만이 합격했다. 사직 자리에 채용공고가 나가도 오려는 수의사가 없다.

그래서 가축방역관 빈자리는 남아있는 가축방역관들의 노동 강도를 더 올리게 되고, 결국은 사직자가 더 많이 발생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렇게 공직을 떠나는 가축방역관이 많다 보니 동물방역 현장의 현실은 아주 심각하다. 가축방역관 대신 공중방역수의사와 행정직 또는 축산직 공직자가 공백을 메우고 있다. 동물방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가 없다. 정부에서는 가축방역관의 낮은 처우와 고강도 노동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의료현장의 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6년 전문 과정을 마친 수의사의 수준에 맞는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동물질병의 문제는 이제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반의 문제가 되었다.

신종 감염병의 70%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보고되는 현재 인간의 건강은 동물의 건강과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 헬스(One Health)에 주목하고 있다.

동물의 건강=인간의 건강이 직결되어 있다. 동물방역에 공백이 생긴다면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유비무환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준비가 있으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동물방역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곧 인간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1998년부터 6년제 수의과대학으로 학제가 개편된 이후 수십 년 동안 과제로만 머물러 있던 수의직 공직자 확충과 처우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서 가축방역관을 방역 고유업무에 배치하지 않고 타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사례다. 현재 시·군에서 조례 개정만으로 처우개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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