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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위기와 기초한자 교육
2022년 01월 05일(수) 17:53
문해력 위기와 기초한자 교육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의 영향은 사회 전반적인 변혁의 계기가 되었다. 교육계에서도 학생과 교사들은 특이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교육적 과제를 발견하기도 했다. 온라인과 대면 학습의 융합, 자기주도 학습의 실천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미래교육 교육 방법들을 경험했지만 전통적인 학교와 교사가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실감했다.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직접 배우지 못한 결과 학생들의 기초학력의 급격한 저하 현상과 사회계층 간 학력격차의 심화 현상이 교육적 과제로 대두되었다. 기초학력 중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문해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전문 방송인 EBS는 지난해 3월 청소년과 성인들의 문해력 문제를 6부작으로 방영했다. 중3학생 10명 중 9명이 혼자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한글을 읽을 수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었고,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바로 문해력 문제였다.

한글 전용 둘러싼 논란

교육부도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원인이 문해력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2020년 평가 결과를 지난해 10월에 발표했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학습격차가 심화했다는 결과가 데이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문해력 저하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독서량 부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말 한국어의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어 속의 한자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천오백 년 가까이 한자어를 빌어 생각을 주고받았으며,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쓰는 수많은 낱말들은 한자에 기초한 낱말들이다. 한글로 표현된 개념어들의 경우는 대부분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알면 개념을 쉽게 알 수 있을뿐더러 같은 한자어로 된 다른 개념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를 알고 한글 전용을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글 전용과 한자교육을 둘러싼 논란은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7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한글 전용을 둘러싼 논란은 흔히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중 하나일 뿐이다. 한자 역시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한국어 명사(名詞)의 태반이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글 전용을 한다고 해서 한자를 터부시 할 필요는 없다. 한글 전용을 하되 기초한자 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기초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정책적 추진 시도는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2014년에는 초등 교과서에 기초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자교육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이 격화되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는 없던 일이 되었다. 진보교육감들이 주축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한자병기 반대를 결의하고, 이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해능력이 세계 3위 수준으로 우수하며, 한자교육 학습부담 과중과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공교육 불신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기초한자 교육 방법 개선

교육부는 2019년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사용할 한자 300자(字) 표기 기준을 발표했는데, 전교조 등 일부 교사단체들은 학습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어려운 한자어 낱말을 각주처럼 풀이해주는 것조차 반대한 것은 한글 전용을 이념의 문제로 여긴 결과라 여겨진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거라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는 한자교육 방법을 개선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한문이 아닌 한자어 낱말을 읽기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 한자 풀이가 잘된 국어사전을 활용하여 쉽게 한자어를 공부하도록 권장하는 방법도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밝혀진 우리 학생들의 학력 저하 실태, 학력 저하의 원인이 문해력 부족이라는 분석, 그리고 문해력은 개념어를 형성하고 있는 기초적인 한자어 습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해 주었다. 이에 2022년엔 한자교육에 대한 교육부 정책이 개선되면 좋겠다. 또한 학교와 가정에서도 기초한자 학습을 적극 지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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