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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13> 앵무새 죽이기

인종적·인간적 편견이 만든 사회적 타살
피로사회 된 한국 현실에 대한 반추
편견·차별의 희생양 상징하는 앵무새
정의와 양심의 취약함·나약함 고민

2021년 12월 30일(목) 17:55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1962)는 인종적 편견을 넘어 인간적 편견에 대해 비판하고 고민하는 영화다.

오래된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묘하게 한국 현실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한국사회에도 편견, 불평등, 지역감정, 소수에 대한 횡포, 차별 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피로 사회로 전락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 주변의 힘 없고 죄 없는 수많은 ‘앵무새’를 보호하기는커녕 공격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반문한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인 나머지에 대한 편견을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는 그들을 향한 관심, 배려, 실천적 행동이 한국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형성하는 원동력이란 사실을 가르쳐준다.

영화는 1960년 출판된 하퍼 리의 같은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흑인에 대한 편견이 극성을 부리던 1932년 미국 남부 소도시가 배경이다.

줄거리는 백인 여성이 흑인을 추행하려다 실패하자, 그 수치심을 인멸하고 보복하기 위해 오히려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벌어지는 재판과정을 다룬다. 무방비 상태인 흑인의 무료변호를 자처한 백인 변호사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증오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백인의 자존감을 감히 건드린 흑인과 그를 두둔하는 또 다른 백인을 응징하는 법일 뿐이다. 시대와 인권의 문제를 법정이라는 공간 속에서 그림처럼 표현한 드라마다.

우선 제목인 앵무새가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영화 속 앵무새는 사람들이 새장에서 키우는 반려조인 앵무새가 아닌 미국 남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흉내쟁이지빠귀를 말한다. 이 새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곧잘 흉내 낸다고 한다.

영화 속 앵무새의 의미는 변호사인 애디커스와 그의 딸 스카우트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애디커스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라고 설명한다. 앵무새는 농작물과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노래를 불러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가 없고 우호적인 것을 죽이는 것은 죄라는 의미다. 결국,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에 희생되는 영화 속 톰이 앵무새인 셈이다.

특히 앵무새 죽이기는 스카우트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전체가 과거 회상장면이다. 독특한 영화적 기법이며 많은 의도를 포함한 감독의 진행 기법이다.

어린아이의 눈과 관객의 눈이 수평이 되면서 진실을 순수하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 진실에 더 가깝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전체가 회상장면이며 흑백으로 연출한다. 이를 통해 화면의 강인함을 전달한다. 당연히 단순한 흑백의 배치가 백인과 흑인의 차별 논리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도 끌어올린다.

앵무새 죽이기 속 인간은 4부류의 군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7세 소녀 스카우트, 억울하게 사법살인을 당하는 흑인 피해자, 진실을 감추는 추악한 백인 가해자들 그리고 기소된 흑인을 변론하는 백인 변호사다.

영화의 약 3분의 1은 공판 장면으로 구성된다.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는 재판 장면은 매우 정교하게 구성된 법정 신의 교본으로 남는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했던 백인 여자 마엘라, 그녀의 아버지, 보안관 등이 차례로 증인석에 앉고 검사와 변호인의 교차신문이 이어진다.

더욱이 1층에 앉아있는 백인 방청객과 2층에 앉아있는 흑인 방청객의 모습이 번갈아 등장한다. 화자인 스카우트와 아이들은 2층에서 재판을 지켜보는데, 어느 편을 지지하는지 자리 배치를 통해 확실히 보여주는 화면이다.

영화는 편견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정의는 승리한다는 단순한 주제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거짓말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통해 정의의 취약함과 나약함을 드러낸다.

이것은 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정의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누구도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물론, 백인우월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타살에 대한 문제점을 화두로 던진다.

영화는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을 앞세우면서도 그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취약함과 나약함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 출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작가 하퍼 리와 퓰리처상’

- 거대한 성공이 만든 은둔 작가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판된 하퍼 리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61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아울러 1962년 최고 베스트셀러상도 받는다.

이후 4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4,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학생들의 필독서로 여겨지며,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책으로 남아있다. 그녀는 앵무새 죽이기 단 한 권으로 미국의 국민 작가가 된다.

이렇듯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명성은 널리 퍼졌어도 정작 작가 하퍼 리의 삶은 작품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소설 한 편으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렸지만, 번 돈 상당 부분은 남을 돕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세상의 이목을 피해 은둔생활을 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아마 자신 본연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평범한 인간이었을지 모른다. 앵무새 죽이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소설 속 스카우트의 이야기는 하퍼 리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다. 은둔 작가로 유명했던 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 출판 이후 55년 만에 그녀의 두 번째 소설인 ‘파수꾼’이 출판돼 놀라움을 줬다.

파수꾼은 순서상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완성된 전작이다. 흑백 갈등 문제를 직접 다룬다고 판단한 편집자가 아이의 관점에서 새 소설을 쓸 것을 권유했고, 그래서 탄생한 소설이 앵무새 죽이기다.

그녀가 받은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이다. 뉴스와 보도사진 등 15개 부문 및 문학과 음악 7개 부문을 선정해, 그해 가장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추천받아 수여한다.

1911년 사망한 저널리스트 조셉 퓰리처의 유언으로 1917년 제정됐다. 수상자는 매해 4월경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있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시상식은 5월 말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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