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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 줌 <43> 희망의 종소리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절친 하르트만의 죽음 애도하며 그의 그림 바탕으로 작곡
'프롬나드'로 통일된 응축성과 구성력 더해…견고함 특징
오는 24일 저녁 7시 30분 ACC 광주시향 송년음악회

2021년 12월 24일(금) 19:57
Bells on the Peace Tower the voice of Canada
서양음악에서 종(Bell)은 다양하게 연주되고, 연주곡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승리의 종소리이거나 거대한 문을 상징하는 종소리, 악에서 구원하는 종소리 등 다양한 종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7,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신종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등장하는 등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2월 18일부터 1월 2일까지 16일간 방역수칙을 강화하고 나섰다.

강화된 방역 가운데 우리의 정서를 녹여 줄 광주시향의 올해 마지막 공연에 주목해본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이 2021년 마지막 무대의 마지막으로 연주할 곡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다.

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화가이자 건축가인 빅토르 하르트만.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은 무소륵스키의 절친인 화가이자 건축가인 빅토르 하르트만(Viktor Hartmann·1834~1873)이 1873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를 애도하기 위해 작곡됐다. 무소륵스키는 이듬해 하르트만의 유작 400여 점을 모아 추모전시회를 추진했고, 그중 열 개의 그림을 모아 피아노 작품으로 완성했다. 무소륵스키는 그림과 그림 사이의 공간을 프롬나드(Promenade : 산책) 기법을 통해 통일된 응축성과 구성력을 더했고 악보를 마치 건축물처럼 견고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소륵스키는 프롬나드의 주제선율을 다음 악보와 같이 연결되게 표현함으로서 그림의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빅토르 하르트만.
악보 속 음표들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정교하게 각 그림의 특징들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후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나 라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라벨의 관현악판 편곡 ‘전람회의 그림’도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라벨은 무소륵스키가 피아노를 기반으로 작곡한 이 곡이 본래 오케스트라 버전이었던것처럼 소리와 음향,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펫의 명료한 독주로 시작하는 프롬나드는 러시아 민요풍의 소박하면서도 활기찬 기운을 전달한다.이어 전개되는 5/4박자와 6/4박자의 불규칙한 리듬은 전람회에 들어가는 관람자의 떨리는 마음을 대신 전달한다. 이어 난쟁이, 옛 성, 튈르리 궁전에서 놀던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싸움, 비드로, 껍질을 덜 벗은 어린 병아리들의 발레, 사무엘과 골덴베르크, 리모주의 시장, 카타콤, 바바야가의 오두막집, 키예프의 대문까지 총 30여 분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친구의 죽음 뒤에 그가 남긴 그림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표현해낸 무소륵스키의 상상력과 그걸 다시 관현악곡으로 편곡해낸 라벨의 음악성은 감탄을 자아낸다. ‘전람회의 그림’은 단지 음악에 불과하나 마치 멋진 전람회를 보고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르트만이 그린 ‘키예프의 대문’
‘전람회의 그림’의 백미는 마지막 그림인 ‘키예프의 대문’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지막 악장답게 웅장하고 화려하게 시작되는 선율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과 같은 내림 마장조를 갖고 있다. 분위기가 고조된 이후 코랄 선율이 등장해 고백이나 기도하는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이 선율은 프롬나드의 주요 선율과 어우러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는 마치 객석에서 청중이 키예프의 대문을 향해 걸어가 웅장한 대문을 통과하는 듯한 환희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이 곡의 모티브가 된 하르트만의 그림은 화려한 장식의 큰 문을 지닌 건물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두 개의 탑 가운데 가장 높은 최상층에 3개의 종이 보인다. 이 대문을 지나는 영웅들은 어떤 이야기를 갖은 사람들이었을지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무소륵스키는 그림 속의 키예프의 대문과 3개의 종을 각기 다른 음색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용사들이 문을 지나는 것을 알리고, 또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은 종소리와 함께 뜨거운 희망으로 울리고 있다.

올해 송년은 ‘일상회복 잠시 멈춤’에 따라 조촐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다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4일 오후 7시 3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향이 들려줄 이번 송년음악회는 코로나로 지친 의료진과 소외계층을 초대해 음악으로 ‘희망의 종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2021년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2022년을 위한 ‘희망의 종소리’를 전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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