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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11> 세븐

‘무관심이 미덕인 사회와 비밀코드 숫자 7’
부도덕·비윤리·폭력 등에 경종 울리는 영화
연쇄살인마 통해 인간의 7가지 죄악 다뤄
잔혹한 심판 통해 목도하는 우리 시대의 단면

2021년 12월 02일(목) 17:31
영화 ‘세븐’
세븐(SE7EN, 1995)은 현대사회의 극단적 무관심과 모순적 그로테스크를 문학적 방식으로 풀어가는 스릴러 영화다. 특히 부도덕, 비윤리, 일상화된 폭력 등에 경종을 울리며 여전히 늙지 않는 영화로 남아있다.

영화의 궁극적 주제는 자신에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무관심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를 비판한다. 영화는 연쇄 살인마 존 도우를 통해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주제로 다룬다. 성서의 7가지 죄악은 식탐, 탐욕, 나태, 자만, 정욕, 시기, 분노다.

그리고 연쇄 살인마의 행적을 좇는 두 형사인 서머셋과 밀스가 등장한다. 영화는 희생자인 피해자, 해결사인 형사, 범인인 도망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죽음의 장면을 보여준다.

은퇴를 일주일 앞둔 백전노장 서머셋과 신참 밀스는 성서의 7가지 죄악을 따라가며 연쇄 살인 사건을 풀어간다. 영화는 살인범의 빈틈없는 설계와 철저함에 놀라게 된다. 또 살인범이 뿌려놓은 단서를 뒤적이며 유추되는 기괴한 세계관을 재구성한다.

사건을 맡은 두 형사의 개성도 눈길을 끈다. 매사 계획적이고 침착하며 냉정한 서머셋과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날 것 그대로의 밀스의 성향이 그것이다. 밀스의 의욕에 찬 처음과 서머셋의 회한에 찬 마지막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에 대한 실험극이다.

그리고 영화는 세련된 영상미를 자랑한다. 비가 내려 어두운 도시 풍경, 낡은 회색빛의 복잡하고 장애물 많은 건물, 추격 장면 속 물웅덩이에 비친 범인의 실루엣, 사건 현장의 물건들이 전시된 범인의 집안 등이 관객의 집중을 이끈다.

더욱이 영화는 숫자 7에 중심을 둔다. 성서의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7일 동안 7번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그리고 숫자 7은 두 형사의 개인사 안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반영된다. 밀스는 새로 부임한 도시에서 형사로 첫 7일을 맞이한다. 반면 그 도시에서 평생을 형사로 살아온 서머셋은 은퇴하기까지 마지막 7일을 보내는 기간이다.

여기에 서머셋이 살인 사건의 연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이때 도서관 라디오에서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G 또한 7번째 알파벳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서의 천지창조 일주일을 상징하기도 하다.

특히 영화는 무관심에 대한 복선을 제시한다. 서머셋은 무관심이 미덕인 사회 자체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무관심이 가져올 충격적인 결말에 대한 복선이다.

밀스가 무관심한 개인의 대표적 사례다. 그의 아내 트레이시를 죽인 건 명백하게 연쇄 살인범이다. 그러나 연쇄 살인범 가까운 거리에 아내를 내버려 둔 건, 밀스의 무관심이다.

그는 이 도시로 이주를 원치 않았던 아내를 낯선 집에 내버려 둔다. 아내가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 심지어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도 알지 못한 것은 그의 무관심이자 그가 직업적 영움심에 취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연쇄 살인마가 각각의 이유로 한 사람씩 죽이는 행위가 죄악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것처럼 포장된다는 것이다. 살인마가 살인을 정당화 화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존 도우의 잔혹한 심판을 통해 우리 시대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생명과 사람보다 물질과 목적이 더 먼저인 비참한 현실에서 살인마 존 도우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단테의 신곡,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존 밀턴의 실낙원을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이 녹아있다. 배경, 캐릭터, 다양한 인용 속에 가미된 문학적 색채가 영화 속 연쇄 살인마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영화 마지막에 서머셋은 이렇게 말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렇게 썼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후자에 동의한다.” 서머셋의 대사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서 싸움의 대상은 현대인의 무관심일 것이다. 무관심이 미덕인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현대사회 속 비대해진 조직이 만든 나머지 인간도 무관심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는 무관심하고 조작된 도시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세븐’
‘단테의 신곡’- 진정한 죽음과 삶의 의미



신곡(La Divina Commedia)은 이탈리아 시인 단테가 쓴 장편 서사시다. 서론 1곡을 포함해 지옥 편 33곡, 연옥 편 33곡, 천국 편 33곡 등 총 3부로 이뤄졌으며 모두 100곡으로 구성돼 있다.

사탄 무리가 지상에 추락하면서 깔때기 모양의 거대한 동굴이 생겼는데, 이곳이 바로 지옥이다. 이때 충격으로 지구 반대편에 밀려 나온 큰 산이 연옥이다. 특히 신곡은 중세 문학의 상징으로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 단테의 상상 기행문이다.

르네상스의 시작을 이끈 걸작인 이 책은 단테가 거대한 판타지를 그려내며 놀라움을 안긴다. 단테는 사후세계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여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이탈리아 정치인 등 수많은 인물을 등장시킨다.

신곡은 독자에게 진정한 죽음과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신곡에 명문화된 여러 체험은 파란만장한 인생체험을 통해 단테 자신의 영혼의 성장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단테는 르네상스 최초의 천재라 불린다. 그가 고대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앙심을 결합해 쓴 신곡은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에게 큰 자극을 준다. 데카메론의 보카치오는 단테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며, 미켈란젤로도 평생 단테의 작품을 탐독했다.

더욱이 신곡의 엄청난 인기 덕분에 이탈리아 전역에 신곡을 암송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유행이 됐을 정도다. 당시 라틴어로 글을 쓰던 지식인과 달리 단테는 피렌체 방언으로 신곡을 썼다.

이로 인해 자연히 피렌체 방언은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현대 이탈리아 표준어의 근간이 된다. 서구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단테의 신곡은 오늘날 우리의 비극적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신곡 속 연옥은 성서의 7가지 죄들에 대한 형벌을 받는 일곱 둘레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연옥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천국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곳이다.

결국, 단테의 신곡은 영화 세븐을 만드는 기반이고 토대가 된다. 무관심을 구원하는 연옥이 영화 세븐이 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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