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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 관심이 ‘캐스퍼 신화’ 잇는다

광주형 일자리 1호 산물
자동차로 먹고 사는 도시

2021년 11월 23일(화) 16:49
귀여우면서도 당당하다. 첫 선을 보인 ‘톰보이 카키’라는 색은 묘하게 끌린다. 투톤의 인조가죽 시트와 은은한 퍼플빛을 발산하는 실내 무드램프는 MZ세대 취향에 딱이다. 편리한 드라이빙과 차량제어가 가능한 최신 편의사양은 자동차 품질 판단의 기준을 바꾼다.

작은차 ‘캐스퍼’가 일으키는 돌풍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최첨단 사양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 운전자에게도, 차박이 가능한 부담없는 생애 첫 차를 찾는 새내기 직장인에게도, 보다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세컨 카’를 찾는 40~50대에게도 캐스퍼는 딱 안성맞춤이다. 단지 가격이 ‘조금 쎄다’고 느껴지기는 해도….

지난 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그린카전시회에서도 캐스퍼 부스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캐스퍼의 장점인 공간 활용성과 차박이 가능한 1, 2열 좌석을 완전히 접는 ‘풀 폴딩’ 기능에 관심을 보였다. 톰보이 카키, 인텐스 블루 펄 등 세련된 색상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캐스퍼 차량 색상도 톰보이 카키색이다. 경차와는 다른 소형 SUV의 매력과 디자인에 더해 안전성, 실용성을 갖춘 최신 편의사양은 ‘쎄다’고 느껴지는 가격 부담을 되려 수긍케 한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관심을 받고있는 캐스퍼는 국내 최초 노사 상생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에서 위탁받아 만든 1호차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캐스퍼는 GGM이 생산하고, 마케팅과 판매는 현대차가 맡는 구조로 브랜드 최초 24시간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다.

광주 빛그린산업단지 내 연면적 10만9,194㎡ 부지 위에 들어선 GGM 자동차 공장은 국내에 23년 만에 신규 설립된 완성차 공장이다. 차체, 도장, 의장 공정을 거쳐 캐스퍼를 시간당 22대씩 생산하고 있으며, 570여 명의 직원들이 별도 교대 없이 근무 중이다. 직원 중 80% 이상은 20~30대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3,500만원으로 국내 완성차업계보다 낮지만 올해 초 신입사원 공채에는 무려 1만2,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기도 했다.

GGM의 한 관계자는 “공채때 지역 출신들을 대거 뽑았는데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자질이 너무 뛰어나고 순수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GGM을 이끄는 주축이며, 회사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었다. 결국 이들이 이루어낸 결과는 경차의 공식을 깨고 자동차 시장의 부흥을 주도하고 있다.

GGM은 내년 연간 캐스퍼 생산 목표를 7만대로 잡았다. GGM은 누적 생산 35만 대를 달성할 때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노조 체제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근로자 대표 6인, 사측 대표 6인의 상생협의회가 분기별로 회의를 열고 애로·건의사항 등을 논의한다.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상승하는 호봉제를 채택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급제를 채택했다. 개방적인 사내 문화 형성을 위해 직급을 없애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매니저’로 부른다.

이들이 생산해 낸 캐스퍼는 지난 10월 한 달간 2,506대가 판매됐고, 공식 출시 이전 사전예약 첫날에만 예약 대수 1만9,000대를 기록해 올해 생산 목표치 1만2,000대를 훌쩍 넘겼다.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예약 신기록을 쓴 것이다. 광주에서 지금까지 산업·경제적으로 이런 기록을 이뤄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축배만 들 일은 아니다. 내실을 다질 일이 아직 많다. 품질은 물론 교육, 리스크 관리, 자체 연구개발(R&D) 능력, 전기차 수주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GGM 직원들이 기대하고 있는 성과급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급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글로벌경기 침체로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GM자동차 공장이 철수하면서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던 4년 전 군산의 사례를 상기하자. 당시 사라진 일자리만 1만7,000여개. 군산은 다시금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군산형 일자리’로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한다.

대박을 친 캐스퍼의 성공을 이어가려면 광주·전남 시·도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도민 관심이 클수록 캐스퍼의 성공은 물론 자동차로 먹고 사는 도시 광주의 미래도 밝아진다.

/이연수(경제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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