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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린 세 상

대선 후보 공약 '부동산 비전'이 없다
지방 경쟁력 강화 제시해야
뛰는 집값 최대 쟁점 부각

2021년 11월 21일(일) 18:15
15년 전쯤 됐을까. 광주로 발령이 난 지인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광주에서 여유롭게 새 삶을 시작했다. 잘 아는 사이라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그것도 잘 나가는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광주에서 집을 사셨어요?" 그는 당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거라는 부동산 전문가의 전망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보고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 선택의 결말은 더 이상 이야기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몇 년 후부터 폭등하기 시작했으니... 그는 요즘 집 값 이야기가 나오면 힘들어 한다. 이런 사람이 한둘일까?

그는 당시 광주로 이사 오면서 집 정원에 나무를 하나 둘 심기 시작했다. 가끔 놀러 가면 정원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은 큰 나무로 자랐다. 두 자식들도 장성해서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자식들 학비와 월세를 걱정하고 있다. 그때 강남 아파트를 팔지 않았더라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지방인 광주로 내려와 잘 살고 있지만 아쉬움은 없을까.

내년 3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력하다. 여당은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정권교체를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미 둘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으니. 다만 미래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면 족하다. 그래서 후보들의 공약을 유심히 살핀다. 특히 뛰는 집값을 잘 잡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일지 눈에 힘을 주며 살핀다.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 중의 하나가 부동산인 셈이다. 목표는 부동산 가격안정이다. 그런데 '안정'이라는 말이 말하기는 쉬워도 참 어려운 말이다. 집값이 크게 올라서도 안 되지만, 또 크게 떨어져서도 안 된다. 조금씩 서서히 오르되 집 사기가 쉬워야 한다. 집 사기가 쉬우려면 은행 대출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거나 내 소득이 크게 올라야 한다.

이래야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다. 고차방정식도 여간한 고차방정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방안은 뭘까?

우선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2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개발 시대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계획물량의 합리적 근거는 물론,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경제적 효과를 전혀 고려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효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공급 여건은 어떤지,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무엇일지 판단했을까. 기본 주택 100만 가구 건설과 장기 공공임대 10% 상향, 국토보유세 신설은 이념에서 나온 수치제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기 공공임대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는 공약은 취약계층의 주거난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앞으로 정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준다는 점도 미리 예상해야 마땅하다.

어느 쪽이 옳고, 나은 건 지 판단은 접기로 하자. 다만 유력한 두 후보가 현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을 주목한다. 두 정당과 두 후보가 좀 더 가다듬고 구체화해서 제대로 된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하길 바랄 뿐이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이고 달콤한 전략으로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로 인식돼 정책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금 문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진전된 공약을 내야 한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견해도 뚜렷하게 부각됐으면 좋겠다. 후보들 간의 정책 차이를 파악하고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차기 정부는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 시대의 경제적 위기를 핵심 과제로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대선 후보들은 공개된 시험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독자적이고 소신이 담긴 공약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

부동산 정책은 국내 정책이지만 나라밖의 영향도 크다. 글로벌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더 뛸 수도 있고,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거꾸러질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국가의 힘, 국력은 도시에서 나온다고 한다. 도시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국가도 힘을 갖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아파트 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정도, 골목길을 정비하는 정도의 '뉴딜정책'으로는 살기 좋고 경쟁력을 갖는 도시를 만드는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시 저편에서는 '지방 소멸'이라는 대재앙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비만 도시'가 등장하고 있지만 농촌과 어촌, 산촌에서는 인구가 말라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도시와 시골마을이 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후보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서미애
논설실장 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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