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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10> 죽은 시인의 사회

피로 사회 속 시와 시인은 살아있는가 화두
입시 위주 병폐 드러내며 현대 교육 비판
시 통해 찾는 삶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고민
진정한 스승에 대한 존경과 영예의 노스탤지어

2021년 11월 18일(목) 18:00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년)는 우리에게 시와 시인이 살아있느냐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인간 삶의 목적과 본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인 학생들의 압박감과 인성 파괴 등 현대교육의 모순을 지적한다. 타인에 의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는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영화 배경은 미국의 명문 사립인 웰튼 고등학교다. 보수적 규율을 강요하는 이곳은 명문대학 입학의 지름길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외우고 암기를 반복한다. 공부 이유는 오로지 성공된 삶을 위해서다.

그러던 중 진보적 교육관을 가진 영어교사 존 키팅이 부임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학업과 성적 압박 속에서 수동적으로 생활하던 학생들이 자아실현의 욕망을 키우고, 학교의 보수적 가치관과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다.

키팅 선생의 독특한 수업방식은 영화 곳곳에 명장면으로 남는다. 시를 평가하는 책의 서문을 찢어버리라고 한다. 의학, 법, 경제, 기술은 삶의 수단일 뿐 시, 낭만, 아름다움, 사랑이 삶의 목적이라고 가르친다.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수업 중 책상에 올라가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책상에 올라가라고 하면서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라고 말한다. 별거 아닐 수 있는 행동들은 학생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키팅 선생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의 중요성을 안내한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조금씩 강요된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길을 찾기 시작한다. 시를 읽고, 연극을 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자신만의 미래를 생각하고 설계하기 시작한다.

제목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영화 속 학생들이 만든 비밀모임 이름이면서,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가담했던 시 낭독 비밀모임 이름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학교 근처 오래된 인디언 동굴에 친구들과 모여 휘트먼, 셸리 같은 작가들이 쓴 시를 낭독하며 낭만을 키우고 인생의 가치를 공유한다. 명문대학 입시만을 위해 억압당한 학생들의 해방구가 된다. 그리고 영화의 유일한 악역 역할도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은 키팅 선생을 학교에서 내모는 계기가 된다. 모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연극배우가 되려던 닐이 아버지와 반목으로 권총 자살을 하게 된다. 이후 모든 책임이 오롯이 키팅 선생에게 전가된다.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 학생들은 키팅을 떠나 보내며 ‘오 캡틴, 마이 캡틴’을 부르며 책상 위로 올라간다. 진정한 선생님을 향한 존경과 영예의 표시인 것이다.

더욱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기존의 억압된 틀에 대한 반기를 의미한다. 키팅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전달한 가르침은 온전히 뿌리내렸음을 상징하는 동의의 의사 표현인 셈이다.

영화 속 닐의 자살은 변곡점으로 다뤄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거나 상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독재자 같은 아버지의 강압적 통제 때문이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는 목적 말고는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키팅 선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도 닐이다. 그는 친구들과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을 만들고, 꿈꾸던 연극도 도전한다. 몰래 오디션을 보고 중요 배역도 맡게 된다. 연극 전날 아버지가 그만두라고 지시했지만, 처음으로 아버지 의사에 거역한다.

닐의 연기는 관객과 단원 모두의 극찬을 받는다. 연극을 본 아버지가 아들의 재능과 열정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동안 아들에게 투자한 돈과 시간이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더욱이 아들의 첫 반항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닐의 희망 찾기 프로젝트는 연극 제목인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이 난다. 아버지는 닐을 집으로 끌고 갔고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든 아들에게 분노한다. 좌절한 닐은 육체가 아닌 자아의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다.

특히 닐은 자살하기 전날, 아버지의 물음에 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가 아버지 앞에서 자신 생각을 말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아이로 자랐기 때문이다. 억압에 대한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영화는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현대교육의 문제를 꼬집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도 여전히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교육이 넘쳐나고 피상적 지식만을 주입하는 반면 문장 하나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시인은 없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시와 시인은 살아있느냐는 화두를 끝없이 던진다.



/사진 출처=㈜디스테이션,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브에나비스타픽쳐스



‘카르페 디엠과 영화 속 시(詩)’

- 미래가 아닌 현재의 중요성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상징하는 대사다. 키팅 선생이 했던 말로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는 “미래라는 핑계로 현재 삶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고 중요한 순간이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을 설명하면서 키팅 선생은 로버트 헤릭의 시를 인용한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이 내일이면 질 것’이라며 ‘우리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영화 속 ‘오 캡틴 마이 캡틴’은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다.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캡틴으로 부르게 한다. 이 시를 통해 학생들은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이 시는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암살 이후 지어졌으며, 그를 기리고 그의 죽음을 상징하는 시다. 3연으로 구성됐으며 1연과 2연 첫 행이 오 캡틴 마이 캡틴으로 시작된다.

한편 영화 속 닐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은 콩코드 오류다.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는지 알지만,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 때문에 더 큰 실패를 일으킨다는 현상이다.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소비자 외면으로 관리비용만 축내다 폭발사고로 인명피해를 낸 뒤 운항을 중단한 사건에서 유래했다.

마지막으로 닐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장난꾸러기 요정 퍽 역할을 맡는다. 아버지의 강요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닐의 여러 심리를 암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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