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고=민덕희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 위원장]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의 당면 과제는 원안에 비해 대폭 축소된 특별법의 부족한 부분을 시행령에서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를 통해 앞으로의 후속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다행스럽게도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역사 바로 세우기 범국민위원회가 결성돼 전문가 토론회뿐만 아니라, 특별법 개정 정책 토론회, 역사 바로알기 교육을 위한 공동수업교재 발간과 같은 사업들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세밀하고 적합한 시행령 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와 관련해 우리가 준비해 나가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아래 내용은 지난 2년여간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느꼈었던 것을 토대로 후속조치를 준비하며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정리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진상규명을 통한 해원과 상생의 길이 어서 빨리 우리 앞에 놓이길 희망한다.

◇충분한 안내 홍보 필요

첫째, 여순사건 특별법을 알지 못하는 희생자 유가족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장을 맡아 많은 유가족과 시민들을 만나면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것에 대해 물어보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법안 내용에 대해 물었을 때는 10명 중 10명 모두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에 제정된 여순사건 특별법의 주 내용은 명확한 진실규명과 이를 통한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배·보상 문제는 원안에서부터 언급이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자체에 접수되는 문의 전화는 여순사건 피해에 대한 배·보상 문제의 시기와 금액, 절차 등이 대다수다. 유족 대부분이 고령이 관계로 법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도 법이 제정되면 그동안의 어려운 삶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기대들을 많이 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여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기반 마련

특별법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욱 많다. 우선 배·보상 문제가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안 원안에서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었으나, 이 또한 희생자에 한해 지급하는 것으로 그 범위가 축소됐다. 많은 부분이 삭제되거나 그 범위가 축소돼 제정된 관계로 방법은 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행령 제정 등 후속조치를 위한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실규명과 해원, 그리고 상생이라는 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제주 4·3의 경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각종 문화예술행사와 학술?연구사업을 통해 전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를 굳건히 해왔던 것이 최종적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여순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배경보다도 학술, 문화, 예술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 4·3을 타산지석으로

셋째, 가장 빠른 길은 우리 모두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뿐

여순사건 특별법은 너무 늦게 제정이 됐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더욱 4·3을 타산지석 삼아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어나가야 한다. 여수를 비롯해 순천, 구례 등 전남 동부 피해지역은 모두가 다 같은 피해자로서 한마음 한 뜻으로 바라는 바를 하루라도 빨리 이뤄내 하는데 모든 의지와 마음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개인과 단체의 입장과 견해 차이로 인해 여순사건의 해결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선대의 실망과 후대의 원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무겁고 또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양보와 협치를 통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특별법 본연의 목표 달성에 전념해야 한다.

끝으로 앞으로 여순사건이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되기 위한 책무는 집행부뿐만 아니라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유족회 및 지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다 같이 한 곳을 바라보고 화합과 상생하는 길이야 말로 여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제일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