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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9> 인생은 아름다워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무한한 희생과 착한 거짓말’
희망과 용기 주는 허구와 가상의 힘
코믹한 묘사로 더욱 역설적인 학살
죽음의 순간마저도 아름다운 인생

2021년 11월 04일(목) 17:44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1997)’는 나치의 유대인 말살이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역설적이고 코믹하게 묘사한다. 특히 한 아버지의 가족을 위한 무한한 희생과 착한 거짓말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희생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가족과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준다. 게임의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자식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가르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우리의 아버지다.

더욱이 아무리 힘든 시간이라도 어떻게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시간과 환경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묘한 긍정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희생적 사랑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든 이야기는 한 남자의 입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어른이 된 아들 조슈아가‘이것은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담긴 이야기다.’라는 독백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희생한 이야기. 그것이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는 마지막 독백으로 문을 닫는다.

영화의 배경은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시골에서 갓 올라오던 귀도는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도라는 대책이 없을 정도로 낙천적인 귀도의 행동에서 행복하게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좌충우돌 데이트가 이어지고 사랑의 결실인 아들 조수아를 낳는다.

책방을 하며 평화롭게 살던 이들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독일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간다. 유대인이 아닌 도라도 자원해 그들의 뒤를 따른다. 가족은 힘도 없이 매서운 시대적 상황에 휩쓸리게 된다.

수용소에 도착한 귀도와 조슈아는 희망이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 귀도는 아들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온 힘을 다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한 그의 선택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평소 탱크를 좋아하던 아들에게 지금 상황은 게임이고 1,000점을 먼저 획득하면 1등 상품으로 탱크를 받는다는 착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서 귀도는 조슈아가 울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배고파서 떼를 쓰거나,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점수가 깎이게 된다고 한다. 천진난만한 조슈아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으며 수용소에서조차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수차례 넘기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결국 아들을 살린 것도 아버지의 거짓말이었다. 가끔 인생에서 허구와 가상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수용소 속 많은 유대인 중 누구도 아이에게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이들의 침묵은 아이의 희망을 지켜주려는 모두의 암묵적 신호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독일이 패망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을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섰다 독일군에게 붙잡혀 사살당한다. 다음날, 정적만 가득한 수용소 광장에 조슈아만 혼자 서 있고, 그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연합군 탱크가 다가온다. 아들은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한다.

영화에서 귀도가 죽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만든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귀도는 아들이 숨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익살스러운 웃음과 발걸음으로 자신이 죽을 장소로 향한다.

아들에게 이건 하나의 게임이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은 아버지의 부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더욱이 그는 아들에게 표정으로 ‘인생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 영화 속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가 있다. 독일군 장교들의 파티에서 음식 시중을 들던 귀도가 창문 쪽으로 축음기를 돌리고 음악 한 곡을 수용소 쪽으로 흘려보낸다. 이 순간 흐르던 음악은 독일 작곡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다.

이때 여자 수용소에 있던 도라는 단번에 이 노래가 귀도가 자신을 향해 전달하는 노래라는 것을 감지한다. 그와 첫 데이트 때 함께 들었던 노래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던 추억을 기억하듯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영화는 아들에게 인생이 두려움과 절망이 아닌 희망과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아버지를 그린다. 그리고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걸린 문구를 재삼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심지어 죽음의 순간까지도.

/사진 출처=㈜키다리이엔티

‘호프만의 이야기와 뱃노래’

목숨을 건 사랑의 메시지



영화 속에는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가 두 번 들린다. 귀도가 도라에게 반해 따라 들어간 오페라극장에서 아리아 뱃노래가 흘러나온다. 또 수용소에 갇힌 귀도가 축음기로 선곡한 곡도 아내를 위한 뱃노래다.

독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한 유대인 작곡가 오펜바흐는 희극적 내용을 담는 소규모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오페레타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극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흥행의 귀재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풍자를 통해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비웃음을 특징으로 한다. 그가 말년에 작품성이 뛰어난 걸작을 만들어보겠다고 시도한 오페라가 호프만의 이야기다. 5막으로 이뤄졌으면 뱃노래는 3막에 등장한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3가지 사랑 이야기 중 마지막인 3막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바람기 많은 줄리에타에게 배신당하는 호프만의 이야기다. 자신을 위해 살인마저 저지른 호프만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나버리는 줄리에타. 오페라 속 처절한 상황에서 무심한 듯 감미로운 뱃노래가 오페라의 비극성을 더해 준다.

반면 영화 속 뱃노래는 잔잔한 물살이 곤돌라에 부딪히는 듯 너울거리는 하프 반주가 매력적인 이중창이 된다. 이 노래는 영화 속에서는 귀도의 목숨을 건 송신(送信)이면서 어딘가 있을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영화 속 비극적 상황을 조롱하고 찢어 버리며 마침내 태워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가 끝나도 뱃노래의 가사는 귀를 여전히 맴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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