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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로서의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탐색

윤희경 시인 첫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낯섦과 낯익음 사이 변방을 떠돌던 시간의 기록

2021년 10월 19일(화) 18:04
윤희경 시인의 첫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천년의시작)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오랫동안 호주에서 살아온 이민자로서의 삶을 성찰하고 고백한다. 이번 시집에 나타나는 고백과 회상의 이중주는 시인의 시적 개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시인에게 이민자로서의 기억은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상상적 표지이자 자신이 힘겹게 통과해 온 시간들 속 오랜 기억을 환기하는 시적 장치다.

이러한 기억의 재현 과정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 바로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탐색이다. 존재론적 기원이란 시인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 주었던 물리적, 심리적 원천을 의미한다. 시에서 나타나는 고향이나 모국어, 부모님이나 유년 시절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시인은 자신을 존재하게 한 어떤 장면, 순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되새기며 존재론적 기원을 힘겹게 돌파한다.

이래서일까. 시인의 시 안에서는 여기와 저기, 과거와 현재, 더 구체적으로는 인사동과 태즈메이니아, 서울과 시드니가 섞이고 스민다. 단속적으로 끼어드는 이국의 지명과 풍물과 더불어 맥락 없이 소환되는 과거의 시간들도 소용돌이친다.

한데 섞인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은 동화와 배제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기우뚱거리는 세월을 이겨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향 상실자’로 변방을 떠돌게 된 시인이 묵묵히 견뎠을 시간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일컬어 ‘생채기 문학’이라고 명명한다. 두터운 살집으로 감추고 가렸으나 면면이 상처 아닌 것이 없고, 오랫동안 다독였으나 늘 아픈 쪽으로 마음이 흘렀다는 시인은 그곳에 자신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은 것을 먼저 갖지 못하는 오래된 버릇에 시인은 주변에 좋은 이들이 포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허물이 큰 탓에 그 경계의 것들을 쓰려다 보니 애매하고 모호해서 자주 헤맸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채기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아직 발화되지 못한 기억과 사랑을 한구석에 푹 심어 두고 훗날 다시 꺼내 쓸 것이라 다짐한다. 시인이 탐색하는 존재의 근원과 자기완성의 모습이 사랑의 형식을 통해 우리 앞에 아름답게 나타나는 이유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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