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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뉴딜' 부지 확보가 활성화 단초

■우후죽순 ‘특화 거리’ 리뉴얼 시급하다
(2) 광주 동구 서남동 인쇄의 거리
공공기관 이전·매체 다양화 등 여파 50년전통 옛말
주차·가로등·소방도로·하수도 등 정주여건도 열악
300억 뉴딜 기대…첫단추 토지수용 절반수준 그쳐

2021년 10월 18일(월) 18:36
18일 오후 광주 동구 서남동 인쇄의 거리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채 썰렁하다. /임채민 기자
[전남매일=임채민 기자] “숫자 100을 호황일 당시라 표현한다면 지금 수치는 20정도로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인쇄의 거리 활성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다시 호황의 시대를 맞이하고 싶네요.”

18일 오후 광주시 동구 서남동 인쇄의 거리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썰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면 활동 불가에 따른 유인물·팜플렛 제작이 사라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줄지어 늘어선 인쇄 업체들 한켠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용지 뭉텅이와 참고서 표지처럼 보이는 인쇄물들이 거리 곳곳에 놓여있었다.

이날 만난 인쇄의 거리 상인들은 대부분 매출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곳에서 30년째 ‘국제사’를 운영하는 최윤호 대표는 깊어지는 불황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하루에 책을 2,000권 찍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현재는 하루에 500권 남짓으로 일이 줄었다”며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기고 나서부터 일이 줄긴 했지만,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상매체, 메일 등으로 종이의 시대가 멀어지고 있다”며 “인쇄의 거리 역시 주차 문제, 어두운 골목 등 문제점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성기획’을 19년 동안 운영한 김주헌 대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최고 호황을 누릴 당시에는 연 매출 2억5,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연 7,000만원 정도로 반의 반토막이 났다”며 “좁은 인쇄의거리에 많은 업체가 있다보니 서로 경쟁이 치열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NS, 유튜브 등 매체들이 발전하는 시대에 종이를 중점으로 하는 인쇄사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광주 동구 서남동 인쇄의 거리는 1970년대 공공기관 등이 밀집한 전남도청 주변으로 인쇄 업체가 하나둘 자리 잡으며 형성됐다. 도청 등에서 일감을 받아 디자인, 인쇄 등 업체들끼리 일감을 나누며 호황을 누리던 인쇄의 거리는 지난 2005년 전남도청 이전과 동시에 입지가 크게 줄었다. 도청과 함께 관련 공공기관들이 대거 이전한데다 매체의 다양화, 기업형 인쇄 업체의 등장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현재 광주지역의 인쇄기업 1,086곳 중 서남동 인쇄의 거리에는 여전히 310곳이 몰려있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2017년 417곳에서 2018년 363곳, 2019년 335곳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7년 1,238명이던 이곳 종사자들도 2018년 1,159명, 2019년 1,09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좁은 골목으로 인한 주차공간 부족, 어두운 골목 등 오랜 시간 방치된 문제 등이 겹치면서 50년 전통을 인쇄의 거리 침체가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실제 동구청이 지난 2019년 인쇄의 거리 120개 업체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거리 내 인쇄업자는 50~60대가 75%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7%가 세입자이며, 업종 특성상 기획·디자인(22%), 편집(19%)의 경우 1인 또는 2~3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경영상 애로 사항은 인쇄 물량 감소가 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전남도청 등 관공서 이전으로 인한 물량 감소와 가격 경쟁력 저하에 따른 서울, 대구, 대전으로의 인쇄 물량 유출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응답자의 66%가 인쇄사업장의 자녀 또는 타인으로의 양도의사가 없음을 밝혀 현재와 같은 산업 환경에서는 인쇄의 거리 내 인쇄산업이 갈수록 쇠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주차 공간 부족 및 임대료 상승에 따른 세입자 부담 가중, 소방도로·가로등 부족, 악취로 인한 하수도 시설 정비, 6시 이후 안전거리 조성 필요성 등이 대두됐다.

동구청과 이곳 상인들은 현재 첫 발을 뗀 ‘서남동 인쇄의 거리 도시재생뉴딜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 도시재생활성화의 마중물격인 이 사업에는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사업비 300억원(국비 150억원, 시비 75억원, 구비 75억원)이 투입된다. ▲상권 경제력 회복(119억원) ▲기반 시설 정비(160억원) ▲거버넌스 구축(21억원) 등 3개의 단위사업과 14개의 세부 사업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거점시설인 인쇄 아카지엄을 비롯해 인쇄도시재생기업(CRC)스타트업 지원, ACC~양림동 연계 문화거리, 인쇄 테마거리, 공영주차장, 현장지원센터 등이 들어선다.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도시재생대학, 주민협의체, 마을축제 등도 운영된다.

현재 관련 예산 120억2,000만원(국비 73억9,000만원, 지방비 46억3,000만원)이 확보됐고, 동구청은 지역 상인회, 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 등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은 실정이다.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부지 확보는 선결과제로 지적된다.

인쇄의 거리 도시재생뉴딜사업에 필요한 부지는 총 3,904㎡에 달하지만, 현재 확보한 면적은 1,901㎡에 그치고 있다. 인쇄도시 재생기업 지원, 공영주차장 설치 등을 위해 1,446㎡를 확보했고, 소방도로 개설 부지 면적 2,275㎡의 20%인 455㎡를 확보한 상태다.

앞으로 확보해야 할 면적만도 2,003㎡에 달하지만, 감정평가 등을 둔 토지 소유자와 이견이 커 올해 말까지 토지수용을 마무리 한다는 동구청의 구상이 계획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동구청 관계자는 “인쇄의 거리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크게 기반시설 정비사업으로 보면된다”며 “부지확보에 힘을 쏟는 한편 거점시설 설계공모 등 14개 세부 사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기자         임채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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