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스포츠 ‘1984’
2021년 09월 09일(목) 08:55
김석환 소장
<전매광장> 스포츠 ‘1984’
김 석 환 광주스포츠과학연구소장


“거짓이 지배하는 시대에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다.” 조지 오웰 ‘1984’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에서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을 극대화한다. 이를 위해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을 감시하고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과거를 끊임없이 날조한다. 여름을 뜨겁게 달군 2020 도쿄올림픽의 열기도 식어간다.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다. 한국 스포츠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하다

빅브라더가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현장 깊숙이 파고든지 오래다. 빅데이터 이론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4위 터키에 승리한 것은 빅데이터의 힘이 컸다. 선수 출신이 아닌 라바리니 감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약점을 파악하고 강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대 스포츠는 모든 것이 데이터화 되어 분석되고 활용된다. 빅데이터는 통계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통계는 기존의 강한 신호를 분석해서 합리적 결론을 내리지만, 빅데이터는 ‘약한 신호’를 놓치지 않고 그 맥락을 찾아내 효과를 측정한다. 약한 정보까지도 수집해 알고리즘을 통해 객관화·과학화시키는 것이다. 스포츠는 과학이다. 메달 수를 바꾸고 색깔을 좌우한다. 한국선수단은 237명이 출전하여 금 6개, 은 4개, 동 10개의 성적으로 16위를 차지했다. 레슬링 종목의 양정모 선수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45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말들이 많다.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한국 엘리트 체육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2016년 생활체육과 통합되면서 구심점이 흔들렸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전통적 강세 종목인 양궁이 제 몫을 해주지 않았다면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다. 양궁이나 펜싱, 사격, 체조 같은 비인기 종목의 선전은 국가적 시스템이 아닌 기업의 후원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장에서의 스포츠과학 지원은 시스템의 통합지원이 고려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측정 및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종목 특이적 훈련 및 컨디셔닝지원, 빅데이터 기반 전략이 선행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게 스포츠의 순리다. 기존 관성으로는 2024 파리올림픽의 선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짧은 그림자라고 해서 덜 어두운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과학은 혁명적으로 발전한다. 새로운 체계가 기존 세계관을 뒤엎으면서 다시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시스템은 손보지 않고 세계적 선수가 나타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선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최소 8년을 준비했다. 한국은 유난히 4위가 많았다. 시상대에 서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지만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생존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버텨내는 방식과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방식. 혁신적인 정책만이 현장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처절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못됐으면 고치면 된다. 스포츠과학 통합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면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수다. 질문을 던져야 한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우주학자 칼 세이건은 “모든 질문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외침”이라고 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정교한 디테일로 미래 세계 모습을 그린다. 빅브라더를 통해 권력과 전체주의의 생리를 통찰하고 인간의 존엄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묻는다. 우리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 문제점은 없는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