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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 줌<36>파가니니가 남긴 위대한 유산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던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영혼을 빼앗는 연주로 매진 행렬…암표상·오빠 부대도
초인적 기교·다양한 연주기법, 당대 작곡가들에 영향
파가니니 주제선율 모티브 변주곡·연습곡 만들기 유행

2021년 09월 09일(목) 00:49
리차드 제임스가 그린 파가니니 연주 그림.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는 서양음악 문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당시 그의 연주는 항상 매진을 기록했는데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상은 물론 오빠 부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낭만주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슈만, 쇼팽, 리스트, 브람스 등도 그의 연주를 듣고 감탄하며 자신들의 작품에 파가니니를 등장시키곤 했다.

파가니니는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뛰어난 비르투오소 음악가로 바이올린 문헌의 발전은 물론 이례적인 바이올린 연주력과 청중을 매혹시키는 타고난 음악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의 초절기교와 다양한 연주기법으로 당대의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부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가니니는 5살에 만돌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 바이올린으로 바꿔 연습했다. 그의 아버지는 파가니니의 연주가 불안정하거나 연습을 게을리하면 그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파가니니
당시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 연주력을 선물받았다”라고 해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가졌다. 더군다나 마르판증후군(Marfan syndrome)처럼 보이는 깡마르고 큰 체격에 기형적으로 긴 손가락과 팔, 다리를 가진 그의 외모는 악마와 닮았다고 소문까지 돌았다.

그가 유독 극단적인 스캔들의 대상이 됐던 이유는 당시 아무도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력을 능가할 수 없었고, 심지어 그의 연주를 흉내 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이네는 “그의 인상엔 고뇌와 천재와 지옥의 징조가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라고 했다. 결국, 청중들은 ‘영혼을 빼앗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극단적인 연주로 평가하며 그를 더욱 괴기스러운 인물로 그려냈다.

파가니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기교로 청중을 압도했다. 그의 연주는 당대의 음악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파가니니 음악의 주제선율을 모티브로 변주곡이나 연습곡을 만드는 것이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슈만과 리스트가 남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이 있으며,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등이 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Motive Ⅰ: 카프리스 작품1 중 24번 ‘주제와 변주’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스는 1802년부터 1817년까지 작곡한 작품으로 그의 모든 바이올린 연주기법을 총망라한 연습곡집이다. 특히 24번째 곡 ‘A 단조 카프리스, 주제와 변주곡’은 강렬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모닉스, 중음주법, 스타카토 등 바이올린 연주에서 단골로 쓰이는 기법들을 화려하게 변주하여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 작곡가들이 이 주제를 바탕으로 파가니니의 기교를 능가하는 변주곡으로 완성하였다.

파가니니
◆Motive Ⅱ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작품7 중 3악장 ‘라 캄파넬라’

파가니니가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은 모두 몇 곡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다. 다만 10여 곡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중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1번과 2번 두 곡만이 전해져 오다가 전후에 4곡이 더 발견되어 현재까지 총 6곡이 확인되고 있다.

이 여섯 곡 가운데 1번과 2번이 가장 빈번히 연주되는데, 1번만큼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악마’라는 수식어에 가장 걸맞은 협주곡이 2번이다. 2번 B 단조 Op. 7은 파가니니의 첫 번째 비엔나 연주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1828년 이전에 작곡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란한 기교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주법으로 가득한 2번은 덕분에 악마적이고 마법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Motive Ⅲ :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작품3-6

파가니니가 처음으로 접한 악기가 만돌린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의 작품 2번부터 5번까지는 모두 기타가 포함되어 있다.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로 파가니니는 작품 2와 3에 각각 6곡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를 작곡했다.

이 중 작품 3번의 마지막 곡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혜린의 테마”로 더 유명해진 곡이다. 서정적인 바이올린의 선율과 기타의 애잔한 반주가 어우러지는 이 소나타는 이 두 악기가 이루는 앙상블의 신선함과 조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많은 이들은 파가니니의 음악을 초절기교로만 기억하고, 그의 테크닉을 추종했지만 사실 그의 음악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름다운 선율과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답게 그의 음악에는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선율은 후대 많은 음악가에게 문화적 유산이 되었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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