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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세평>
2021년 08월 31일(화) 08:16
<화요 세평>

아프간의 비극에 연대와 인류애를

명 진(알암인권작은도서관장)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군 철수 선언 후 극단적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간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그런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국외로 나가려는 아프간인들은 필사의 탈출로 피범벅이 된 채 높아진 국경의 담을 넘고자 하고 있다.



이런 극도의 혼란 속에서 우리 정부는 아프칸인 390명에 대한 국내 이송 작전을 완벽하게 성공시켜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아프간에서 참여했던 국가재건 사업에서 조력자로 일했던 현지인들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입국장에 들어오는 지친 그들의 모습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영과 격려의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진천군에 대해서는 국격을 높여준 주민들의 깊은 배려에 시민들이 진천 특산물 구매로 보답에 나섰다는 기사도 그런 맥락으로 읽혀진다. 선행으로 모범을 보인 가게의 매출을 늘려준다는 의미의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의 신조어)’을 내주러 시민들이 온라인사이트에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쟁 지역의 외국인을 대규모로 국내에 데려온 것이 처음 있는 일인만큼 이들의 입국에 대해 시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관심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라 하겠다.



불과 2년 전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에 난민에 대한 혐오와 반대가 거세게 몰아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사이 일어난 일에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특별 기여자도 법적 지위 난민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에게 사용한 표현인 ‘특별 기여자’는 새로운 제도이다. 법적 지위로는 난민과 같지만 까다로운 난민 인정 절차를 면제하고 5년 동안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부여하기 위함이라 한다. 정부 스스로도 난민 인정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을 인정한 조치인 셈이다.



94년 이후 2021년 6월까지 우리나라에 보호를 요청한 난민신청자 7만2,217명 중 인정자는 1,112명으로 1.5%도 안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는 정부의 난민 인정률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자부심에 반하는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것은 힘들었던 우리의 근현대사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피식민 지배, 전쟁, 정치적 불안정과 가난 때문에 한민족은 다양한 이름으로 고향을 떠나 만리타향에 자리를 잡았다. 조선인, 고려인, (피)난민, 이민자, 이주 노동자, 불법 체류자 등. 때로는 차별과 설움을 받고 때로는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강인하게 뿌리내리며 한민족의 삶과 문화, 역사를 지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 박해를 당하고 곤궁해졌을 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나라 베풀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난민 수용에 열린 논의 필요



2년 전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에는 맥락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과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찬반의 의견이 양분되었다. 그에 따라 정부의 방침도 오락가락 했었다. 그러나 이번 아프칸 사태에서는 ‘특별 기여자’로 받아들인 만큼 국민적인 이해도가 높아졌고 난민 수용에 대해 한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난민 문제는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책적 준비 외에도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포용 등 사회 전반의 심리적 준비가 시급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제 난민 문제를 포용하는 열린 논의를 할 때가 된 것 아닐까.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역사적 경험과 이미 높아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연대와 인류애의 관점에서 난민 문제가 논의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