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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벅의 역설적 ‘자연 만들기’

30일까지 고흥 도화헌 미술관
곤충 소재 평면·설치작 20여점

2021년 08월 25일(수) 09:11
‘삽’(캔바스 위에 벌레)
고흥반도의 끝자락 도화헌미술관에서 전남문화재단 공간연계형 창작활동 지원사업으로 도화헌 레지던시 유벅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유 작가는 ‘TO MAKE NATURE(자연 만들기)’를 주제로 8월 한 달간 평면과 설치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십여 년 째 여름 야외에서 곤충 모으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는 예명마저 벌레와 곤충을 의미하는 ‘벅(bug)’을 사용한다. 곤충에 대한 그의 관심은 곤충을 생명과 자연의 상징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작가는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해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예술이기도 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그가 추구하는 곤충 작업은 생명의 빛(태양)을 통해 푸르게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인공의 빛(전구)을 이용해 자연 속의 생명들을 유인해 사멸시키는 구조를 만들면서, 자연과 인공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사고와 그 사고 속에 내재된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의 이미지는 아름다움 보다는 그로테스크하거나 무의식적 상징성을 가지는데, 유벅이 곤충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조형적으로 거칠고 그의 화면은 곤충들의 주검들로 더욱 처참하기까지 하다.

전시 주제인 ‘자연 만들기(TO MAKE NATURE)’는 작가의 작업과 상충, 모순되는 듯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냉혹하며 거친 자연 자체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관리하며, 가꾸겠노라는 인간의 억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작가가 만들고자 하는 자연은 조화와 질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충돌과 모순으로 가득찬 날 것으로, 황무한 본래의 자연인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의 ‘자연 만들기’는 관념과 합리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역설적 자연 만들기’이며 ‘본래적 자연 만들기’를 꿈꾸는 하나의 제안이며 모색이기도 하다.

유벅 작가는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런기스 고기공장 영상 프로젝트(프랑스), 반 호에크 갤러리(파리), 파스칼 갤러리(파리), 벵센느 숲 프로젝트(벵센느, 프랑스), 토탈 미술관(서울), 성곡 미술관(서울), 스페이스 이씨 레 무리노(프랑스), 한원미술관(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전업작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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