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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봉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종주의 꿈’

땅끝기맥 해남
조선 말 신경준의 ‘산경표’우리나라 산줄기 정리
일제 강점기 일본인 왜곡 지리자료 지금까지 내려와
조석필 “해남에 이르는 산줄기, 땅끝기맥으로 하자”

2021년 08월 19일(목) 17:10
도솔봉에서 바라본 남해.
전라남도 남서부 해안의 해남반도·화원반도와 65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토양은 화강암·반암·응회암 등의 충적층이 잘 풍화돼 있어 토양층이 깊다. 북쪽의 월출산에서 뻗은 줄기가 두억봉(529m)·흑석산(650m)을 이루고, 강진군과의 경계에 서기산(515m)·석문산(272m), 남쪽에 두륜산(703m)·대둔산(672m)·도솔봉(421m)·달마산(481m), 중북부에 금강산(481m) 등이 있다.

특히 군의 남쪽 끝에는 사자봉(110m)이 있는데 일명 갈두산이라고도 한다. 사자봉의 남사면 해안이 우리나라 육지부의 가장 남쪽 끝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보길도·어룡도·흑일도·백일도·당인도 등의 크고 작은 섬이 보인다.

북쪽의 금강산에서 발원한 금강천(일명 해남천)이 해남읍을 가로질러 복평만에 이르고, 두륜산에서 발원한 삼산천(일명 어성천)이 삼산평야를 지나 화산면 해창만에 이른다. 북쪽에는 옥천천·계곡천이, 남쪽에는 고현천·구산천 등이 흐르고 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남군’에 기록돼 있다.



◇산이 들어가는 지명 유독 많은 해남

이렇듯 해남에는 아기자기한 산들이 많고, 해남군 1읍 13면 중 삼산면, 화산면, 현산면, 마산면, 황산면, 산이면 등 산이 들어가는 지명이 유독 많아 갑자기 백두대간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산을 다녀본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이 로망이었다, 또한 국토순례 종주하는 사람들 역시 해남 땅끝이 필수 코스였다.

북위 34도 17분, 동경 126도 30분에 좌표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110m의 사자봉으로 대한민국 육지 최남단 땅끝이다. 아니 시작점이다.

사자봉에서 이어지는 산은 백두산까지 지맥과 기맥, 정맥, 대간을 통해 백두산으로 이어진다.



◇당시 지리적 인식 고스란히 담아

이 대목에서 역사 지리를 알고 넘어가 보자, 우리에게는 이미 조선 후기에 가장 뛰어났던 지리학자였던 여암 신경준(1712-1781)이 1769년에 펴낸 것으로 알려진 ‘산경표’(山經表)라는 책이 있었다.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산의 갈래, 산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족보 식으로 기술한 지리서이다. 조선 후기의 저작자에 관한 서지학적 논란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당시의 지리적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산경표에는 백두산에서 시작해 하나의 대간(大幹),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조선의 산줄기가 분류돼 산줄기의 맥락과 명칭이 체계화돼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제가 조선 강점기 무렵인 1903년에 백두대간의 명칭은 일본인 지리학자 고또 분지로의 손에 의해 깡그리 바뀌고 만다. 그는 조선의 지질을 연구해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라는 것을 발표했고, 거기에 기초해 태백산맥 소백산맥 따위의 산맥 이름으로 태어난다. 고또가 우리나라 땅을 조사한 것은 1900년 및 1902년 단 두 차례에 걸친 14개월 동안이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지질구조를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그만한 기간에 완전하게 조사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그것을 근간으로 지리 교과서를 만들어 최근까지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우리도 그렇게 공부했고 지금도 오류를 범하고 있다.



◇땅끝기맥은 호남정맥 바람재에서 분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조석필’이란 의사는 ‘산경표를 위하여’라는 책에서 ‘고또는 지질구조도뿐만 아니라 ‘토끼 그림’도 잘 그렸다. 즉 ‘한반도가 토끼처럼 생겼다’라는, 소위 토끼 형 국론을 처음 편 것이 ‘고또분지로’였는데, 거기에 곁들여진 해설은 다음과 같다.

‘…(토끼와 지형의 대비 부분은 생략)…조선인들은 자기(일본) 나라의 외형에 대해 ‘형태는 노인의 모습이며, 나이가 많아서 허리는 굽고 양손은 팔짱을 끼고 지나(支那)에 인사하는 모습과 같다. 조선은 당연히 지나에 의존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라고 여기고 있다…(후략)…‘

한반도가 토끼처럼 생겼다는 것은 지질구조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당시의 신학문인 지문학(지질학)의 대가가 나서서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될 일일뿐더러, ‘조선인들의 생각’이라는 주석까지 달아 펼치고 있는 조선의 자기비하론을 부탁한 사람도 없었다.

아무리 시대 상황이 어려웠다 한들, 제 나라 땅을 ‘나이 들어 허리 굽은 노인’으로 생각하는 이 또한 없었을 터이니 과외 분야에서의 일견 치졸하기까지 한 고또의 얕은 수작들은 결국, 본업인 ‘지질구조도’의 순수성까지 의심받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또의 전횡에 대해 그 무렵 육당 최남선은 소위 ‘맹호형국론’을 들고 나와 반격했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봐야 한다는 그이의 주장을 받들어 그린 것인데, 주장의 배경은 ‘산경표를 다시 출간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시대적 저항정신으로 봐야 할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1908년 육당 최남선의 나이가 18세였을 당시 ‘소년’ 이란 잡지창간호에 글이다)



◇‘이 땅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조석필 저자는 ‘태백산맥은 없다 이 땅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도서출판 사람과 山 간행)라는 산악 인문서에서 ‘지리산 영취산에서 금남 호남정맥으로 갈라지면서 주화산에서 북으로 금남정맥을 흘려 내고 남으로 호남정맥의 줄기를 만들고,?땅끝기맥은 호남정맥 바람재(전남 화순군)에서 분기해 해남의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말하며, 이 마루금에는 계천산. 차일봉. 국사봉. 활성산. 월출산. 도갑산. 월각산. 별매산. 서기산. 첨봉. 두륜산. 달마산. 도솔봉 등이 있으며, 흑석지맥과 화원지맥이 가지를 쳐 마루금을 이루고 맑고 청명한 날에는 두륜산과 달마산에서 한라산이 된다’라고 했다.

땅끝기맥은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와 영산강의 남쪽 벽을 이루다가 벌매산에서 영산강을?버리고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땅끝 사자봉에 이르는 도상거리 123Km의 산줄기로서 ‘땅끝기맥’이라 칭했다. 이 명칭은 공식명칭은 아니고 조석필 저자가 에서 산경표를 좀 더 윤택하게 쓰기 위해 명칭이 없는 몇몇 산줄기를 기맥으로 부르자고 했고 그 중 땅끝에 이르는 산줄기를 ‘땅끝기맥’이라 칭했다.

어찌하다 보니 너무 멀리 해남을 돌아본 것 같다. 땅끝에 가면 불끈 솟아오는 달마산이 있고 다시 쭉 나가면서 땅끝 전망대가 있는 곳이 대륙의 끝이자 시작점인 사자봉이다. 큰 대륙의 덩치가 바다 속에 잠기면서 숱한 다도해를 토해내고, 제주도를 품고 있다. 광복절 주말에 우리 땅이 보고 싶어서 땅으로 돌아서 왔다.

도솔봉에서 바라본 완도,
도솔암과 땅끝 기맥의 산들이 한눈에.
도솔암과 땅끝 기맥의 산들이 한눈에.
미황사에서 바라본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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