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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패러독스


한국은행 통화정책 큰 관심
비용·편익 다양한 시각 필요

2021년 08월 17일(화) 14:39
노동, 복지뿐 아니라 경제 정책 등과 관련해 '정책 패러독스(paradox of policy)'라는 말이 있다. 정책의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time horizon) 측면에서 정책 패러독스는 어떤 정책이 단기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부작용이 있거나, 또는 단기적으로 고통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각종 정책을 수립해 집행할 때 미래에 발생하게 되는 혜택은 단기적 고통이나 평판 훼손에 비해 분명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정책 실행에 따른 단기적 저항이나 비판을 우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정책의 추진을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쉽게 떠오르거나 최근에 발생한 일, 친숙하거나 극적인 사건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두는 경향과 유사하다.

한편 정책 패러독스에 따른 정책 선택의 딜레마는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서로 상충되거나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더욱 커진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통화정책 측면에서의 정책 패러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실물경제와 금융상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완화했다.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했으며, 유동성 및 신용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세 차례에 걸쳐 총 18조원 증액했다. 이와 같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는 금리 및 신용 경로 등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상환부담을 완화시키고 금융접근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금융상황 개선을 통해 실물경제의 회복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저금리에 따라 경제주체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부채 증가와 함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형태의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 누적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내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2021년 1/4분기말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5% 증가해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었다.

주택매매가격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소폭 둔화되었으나 수급불균형 우려, 가격상승 기대심리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향후 금리 정상화가 더욱 불가능해지는 이른바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이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금융불균형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해 금융불균형 또는 자산버블이 누적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사전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융불균형은 생산요소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금융부문이 불안하거나 제 기능을 못할 경우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 중앙은행의 정책수행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고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시장이나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금리가 조만간 인상된다면 영세 중소기업을 비롯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레버리지 확대를 통해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정책의 집행을 미룰 경우 단기적인 경제적 편익(benefit)보다 중기적 비용(cost)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정책을 평가할 때 정책 패러독스 관점에서, 또는 비용-편익 측면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정삼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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