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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도 여행은 꽃 핀다
2021년 08월 12일(목) 10:47
김명화 교육학박사.작가
<화요 세평> 코로나 시대에도 여행은 꽃 핀다

김명화 작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향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짐 하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의 시 한 부분이다.
8월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의 군무를 볼 때면 모든 것을 접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일상의 삶보다 여행이 특별할 것 같은 여름날이다. 코로나 상황에도 장렬하게 태양이 내려 쬐는 날에는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나는 삶이 훨씬 아름답다.
코로나 펜데닉 상황에 오랜만에 만남이 이루어진 후배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후배는 ‘안녕, 제주’ 라는 작은 상자에 바다를 가득 담아 왔다. “여행 선물입니다.” 라며 건네준 상자 안에는 조개가 푸른 바다를 품고 있었다. “제주 바다를 선물 받았네.” 선물을 받아든 순간 제주 바다가 피크노랩시(새로운 지각)가 되었다.
제주는 육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담아 놓은 곳이다. “제주 함덕 바다는 잘 있을까?” 코로나 상황에 ‘함덕, 안녕’ 제주 여행은 다음 기회로 넘긴다고 생각하니 오랫동안 묻어둔 그리움이 울컥 올라온다. 후배가 건네준 작은 선물은 그동안 닫았던 여행의 문을 열게 해 주었다. 코로나 상황에 일시적인 지각과 단절이 되었던 시간을 찾은 것이다.

부재의 시간 찾는 여행

여행은 휴식이지만 부재의 시간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삶에서 채우지 못했던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을 찾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단절된 부재의 시간을 찾으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재의 시간을 찾는 여행은 삶의 꽃이다.
여름휴가에 대해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해 보니 부재의 시간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공부에 지친 남학생이 둘이나 있는 K는 호캉스를 준비했다. 그동안 일상에서 지쳤던 K는 호텔에서 가만히 있다 오는 것이 목표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들떠 있는 K의 선택을 믿는다. 코로나 상황에 가장 좋은 여행은 가족과 지내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인 서울로 향하는 K의 배짱이 부럽다.
J는 서핑을 하러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하였다. 긴 생머리를 날리며 푸른 파도를 잡으러 떠난 J를 MZ세대로 분류 해본다. J의 파도타기는 올 여름에도 지속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하는 J는 여행은 부재의 시간을 찾는 것이라고 하였다. 타고난 건강이 그러한 삶을 지탱해준다.
또 다른 K의 이번 여행은 부모님 댁이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추를 따고 맛난 음식도 먹을 요량이다. 엄마가 해 준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맛나게 비벼 먹으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갈 것 같다고 한다. “엄마의 밥이 진정한 여행의 맛이야” 라는 K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K의 자녀와 남편은 다른 여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에 각자의 놀이 유형에 따른 여행계획이다. 세대에 따라 대화방식도 다른 것처럼 여행의 선택과 놀이방법도 다르다.
M은 여행 없는 여행을 선택했다. TV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 재방송을 보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다녀왔던 세계 여행을 TV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했던 경험을 재인하는 시간 속에서 코로나 상황에 못 간 해외여행의 부재를 채우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M의 여행에 한 표를 던졌다. 필자도 어느 날부터인가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을 자주 보고 있다.

더위 속 쉼의 에너지 필요

주말에 강천사 계곡을 걸었다. 계곡 초입에 들어선 순간 놀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코로나 상황에도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많이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도 여행사진이 많다. 사람들의 일상을 보니 코로나 시대에도 여행은 꽃이 피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삶속에서 부재의 시간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더위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쉼의 에너지도 필요하다. 부재의 시간을 찾는 J, M, K의 여행이 꽃피기를 응원하며 나만의 진정한 여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하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의 시 마지막 부분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여름사냥을 하고 있는 H에게 박수를 보낸다. H는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읽어낼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내 삶의 부재의 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도 여행은 꽃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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