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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한 교육과 책임교육의 조화
2021년 07월 21일(수) 09:51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의무교육은 학교에서 미성숙한 아동과 청소년들 모두에게 기본적인 지식과 인성을 보장해주는 단계다. 이를 위해 국가는 초·중학교 교육비를 전액 부담해 기본학력을 책임을 지고 있다. 국가가 학교교육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호자는 의무교육 대상 아동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닌다.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의무교육은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학교 출석 의무를, 국가에는 기본학력 보장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의무적으로 학교에 출석시키는 책임을 다한 만큼 국가와 학교에서 지식과 인성교육을 책임져 주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책임교육 측면에서 학교교육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까? 최근 도입된 몇 가지 교육정책들은 지식교육·문해력 등에 대한 본질적 책임보다는 학생복지 측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여겨진다. 학생복지 증진 차원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 가운데 초등학교 단계에 적용된 사례만을 보더라도 일제고사 폐지, 한자병기 도입 반대 등을 들 수 있다.

-기초학력 진단의 필요성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교육정책의 책무로 여겨 2008년부터 초등 6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2013년 폐지됐다. 평가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 아동들의 교육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채택됐던 만큼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학력진단 필요성이 제기돼 교육부는 전국단위 진단평가 방식으로 재추진했으나, 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현장의 반대가 극심해져 결국 실시되지 못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방안 도입 문제도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 관심거리가 됐지만 중단됐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제시해 배우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맥 이해도를 향상하겠다고 밝혔었다.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교과서 용어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학습 부담이 가중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질 것이라는 비판이 심했다.

우리 교육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고사와 한자교육 관련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동시기에 좀 힘들더라도 진단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한자도 배우게 하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점차 어휘력과 자기주도 학습력이 향상돼 상위단계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고, 나아가 교육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점이다. 다른 한편에선 아동의 교육복지 증진에 보다 관심을 둬 아동시기에는 평가나 한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두 관점의 차이는 아동시기에 편하게 공부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좀 힘들더라도 제대로 공부시키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판단이다.

고등학교에서 주로 근무했고 지금은 대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의무교육 단계에서 학력 수준을 진단해 보충해줄 수 있는 평가체제가 필요하고, 학습용어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당 수준의 한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초·중학교 단계에서 쉽게 공부한 결과로 기본학력이 부족하고 공부 재미를 느끼지 못할뿐더러 자기주도 학습력을 갖추지 못해 좌절하거나 쉽게 공부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학생들이 안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재미·성취감 느끼는 공부 중요

엊그제 제헌절 날, 교육방송에서는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제헌절 의미를 모른다는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적인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덧붙였다. 평가가 사라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기본지식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는 결과, 기초적인 한자 교육이 사라져 문해력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약화됐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교교육은 본질적으로 기본학력을 책임지는 것이 핵심과제라는 점을 인정해 학생복지 측면에서 너무 쉽고 자유로운 교육만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쉽게만 공부하도록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도 인내심 있게 해결해 가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더 좋겠다.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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