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환생

김한호(문학박사·문학평론가)

2021년 07월 14일(수) 07:51
지난해 여름, 섬진강에서 큰 홍수가 났다. 집이 물에 잠기고 사람과 가축이 떠내려가면서 많은 피해를 주었다. 소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고, 수십 마리의 소떼가 531m나 되는 사성암까지 올라갔다. 구례 사성암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 조사가 세운 암자로 신라시대 원효 대사, 의상 대사, 고려시대 도선 국사, 진각 국사가 참선했던 영험한 기도처이다. 그런데 높고 좁은 암자터에 몰려든 소떼를 보고 어떤 보살님은 소들이 부처님에게 구원을 하고, 윤회를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불교의 윤회설은 현세에서의 행위(karma)가 내세에서 그 결과를 거두게 된다는 인과법칙이다. 불교의 윤회처럼 인도의 힌두교는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고 있다. 십여 년 전에 인도에 갔을 때, 소가 거리를 누비고 다니거나 고층 건물 밑에서 사람들과 함께 자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인간이 소로 환생하고, 소가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첫 제사 때, 여름밤에 나비 한 마리가 방안으로 날아와 제사상 위를 날아다녔다. 그때 누군가가 어머니가 나비로 환생하여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교식 제사인데도 불교의 윤회사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만큼 종교가 다양하고, 타 종교에 관대한 나라도 없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또한 배척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으며, 리처드 도킨슨은 ‘만들어진 신’이라고 하고, 스티븐 호킹은 ‘우주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신을 부정했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상상력에 의해 종교, 국가, 화폐, 법, 제도 등을 만들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고, 서로 협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신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사람이 죽으면 하나의 생명체가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거나를 따질 필요는 없다. 자기가 믿는 대로 사는 것이 인간인데. 수천 년 동안 이어 내려온 종교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환생 역시 그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을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상상력으로 전생, 현세, 내세를 만들어 이승에서 못다 한 한을 저승에서라도 풀고자 하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승에서 누렸던 부귀영화를 저승에까지 가져가려고 한 인간의 욕심은 피라미드를 만들고,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구하고, 자신을 복제인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반면에 이승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온갖 고난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은 종교를 통해서 내세에서는 자기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염원을 기원할 것이다. 오래 전에 이집트의 소녀 미라가 발견된 신문 기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15세가량 되는 소녀는 이빨로 벼나 곡물을 까는 노예였다. 그녀는 이빨이 닳아져 썩었다. 그녀는 주인이 죽자 함께 순장되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다가 산 채로 묻힌 그 소녀는 죽으면서 다음 세상에서는 노예로 태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으리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돕고,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자기만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욕심을 부리고 다투는 것이다. 가진 자가 불우한 이웃을 돕기는커녕 더 가지려고 부동산 투기를 하고 탈세를 한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인생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인데, 불쌍한 사람들에게 기부 한 푼 하지 않는 금수저들을 보면서 업보(karma)가 내세에 심판 받는 환생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한다. 인간은 죽으면 생물체로서 소멸하며, 영혼이 영원불멸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환생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여생을 서로 사랑하고 베풀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조사에 의하면, 노인들에게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느냐?”는 설문에 대다수가 원치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세상이 살기가 팍팍하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는 이승은 이런 모습이 아닐 텐데 말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