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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과 만남서 비롯한 진실한 비망록

박연수 시인 첫 시집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 상재

2021년 07월 13일(화) 00:19
‘자주 부르던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을 때//언어가 잘렸다/잃어버린 언어에 잃어버린 세계가 있었다//잘린 문장 하나가 내 삶을 잘랐네’

광양 출신 박연수 시인의 첫 시집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이 문학들 시인선 7번째로 나왔다.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3년, 시인은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 선교사로 가서 무슬림과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만났고, 이후 임지를 옮겨 각국에 흩어진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위한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시집의 표제작이자 서시 격인 시의 제목이 ‘더 이상 부르지 않는 이름’이 아닌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현재의 사건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시점에 일어난 사건임을 암시하는데, 옛날에는 자주 불렀으나 어느 시점부터 부르지 않아 일어난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 언어가 잘리는 순간, 우리는 그 언어에 담긴 세계도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라 시인의 삶이 통째로 변화하는, 시인의 삶을 견인하는 이정표와 같은 고백이라는 점이다.

박연수 시인
‘한 문장이 오래오래 더렵혀진 영혼을 보살폈다’(‘문장의 영혼’ 부분)

‘한 문장이 죽음만 생각하던 나를 살렸다’(‘1995년 2월 9일’ 부분)

하나의 영혼, 죽음만 생각하던 ‘나’는 이런 계기로 어느 날 머나먼 이국의 땅 중앙아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가 아닌 여러 영혼들, 굴절된 역사 속에서 고국을 떠나게 된 한민족의 후예들과 전쟁의 포화를 피해 도망 나온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만난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그들과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 그들과 한 몸이 되고자 한 시인의 진실한 비망록이자 뜨거운 기도서와 같다.

이승하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은 대한민국에서 지난 100년 동안 발간된 그 어떤 시집과도 변별되는 색채를 지니게 하였다”고 평가했다.

이영광 시인은 “들녘에 뒹구는 여름날의 가을 잎들을 본래의 푸른빛으로 되돌리려는 노래. 이 첫 시집은 정결하고 뜨거운 기도서 같다”고 썼다.

박연수 시인은 1994년 MBC 창작동화, 2019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선교학을 전공했으며, 타직사범대, 타직연합신학교, 호남순복음신학교 및 유수프신학교에서 강의했다. 전 타지키스탄 선교사, 현재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일을 하는 이슬람 전문가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시인은 시집을 출간하자마자 그곳으로 다시 떠날 계획이다.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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