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너만 모르는 다 아는 진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2021년 07월 07일(수) 11:10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나는 모르겠고….’

친한 후배는 광주가 아닌 타 지역 근무지에서 7년 전에 집주인 할머니와 전세계약을 했다. 시골에 가서도 불평불만 없이 답답해하지 않고 자리를 잘 잡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세계약 3년 만에 집주인 할머니가 사망하고, 처음 보는 서울에 사는 남동생 부부가 와서 ‘상속권자’라며 “우리 누나랑 계약서 작성한 것을 안 봤으니까 다음달부터 월세로 40만원이나 50만원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후배는 “분명히 전세계약을 했고, 계약서도 가지고 있다”고 했더니 집주인이었던 할머니 남동생 부부는 다시 “안 봤으니 모르겠고…”라는 말만 했다는 것이다. 후배가 사는 숙소는 요즘처럼 장마철이 되면 천장에서 빗물이 줄줄 새서 세수대야를 받쳐놓고 방바닥에 튄 물기를 닦아야 하고, 방 안이 습해 곰팡이가 피어 옷이고 이불이고 자주 세탁을 해야 한단다. “참 불편하겠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며칠 전 전화통화를 하게 됐다. 통화에서 후배는 이사, 전세금 등을 언급하면 여전히 현재의 집주인은 “나는 모르겠고…”라며, 마치 ‘네 맘대로 해봐라’라는 식이란다. 후배는 전세계약 건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변호사를 선임해 전세금반환청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 성선설·성악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며 걱정이 되면서도 ‘나는 모르겠고…’라는 말이 자꾸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디서 들었지?

얼마 전, 학교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를 거쳐 20시간의 상담결정이 내려지면서 우리 센터에 내방한 한 청소년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3년 전에 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학교 담당교사와 내용을 공유하면서 부모 상담까지 진행했다. 부모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돈을 벌어 뒷받침해주는 희생적인 부모였고, 그 사랑을 모르는 내담자가 아닐진데, 성폭력 가해자가 된 자식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부모는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라며 가슴을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성폭력 피해신고를 하기 위해 내담자의 부모, 학교에 대한 내용공유 및 신고에 대한 동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힘들어서 그냥 안 할래요”라더니 설득 끝에 동의해 주었다. 학교에서는 신고절차를 밟기 위해 가해자를 수소문하던 중 당시 피해상황을 목격했던 친구들을 불러 증언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증인이 돼줄 수 있는 친구들은 “나는 몰라요”라고 발뺌하는 상황이다. “나는 몰라요, 모르겠어요. 못 봤어요.”

의뢰된 시간에 대해 상담종결을 하고, 사안을 잘 처리하길 바라면서 학교 담당 교사에게 내담자 손을 건네주고 학교로 보내며, 내담자 친구들이 했다는 말 “나는 몰라요”는 후배의 집주인이 했던 말 “나는 모르겠고…”와 공통적 특성이 떠올랐다.

후배와 통화를 끝내고 내담자 상담을 마친 뒤 참 세상에는 이해 안 가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25년 동안 선뜻 답을 못한 말이 있다. 큰아이가 여덟 살 때쯤 물었던 내용이자 2주 전 우리 직원이 질문한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 선한가 악한가, 소위 성선설과 성악설 또는 선함과 악함이 없는 백지상태인 성무선악설에 대한 답을 25년 동안 못하고 있다.

-상대방 입장 헤아리는 지혜

물론 선함과 악함은 인간이 정한 기준이기에 중요하지도 않고 영원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일지 모른다. 단, 중요하게 생각되고 지금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만큼은 가해자이든 목격자이든 본 대로 느낀 대로 사실대로 피해자 입장에 서보고 잘못된 것은 빨리 되돌려 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 ‘이루편’에는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禮人不答反其敬 愛人不親反其仁 治人不治反其智)는 말이 나온다.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려 보라는 삶의 지혜를 나타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의미한다.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