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최환준 기자] 말 그대로 역대 최악의 골프장 ‘부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국내 관광 수요가 급증하는 등 풍선효과 현상으로 갈수록 골프장 부킹이 과열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골프장 대다수는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이른바 ‘스리피’를 경쟁하듯 올리고 있는 반면, 레저스포츠·관광분야에서 우선이 돼야 할 서비스질은 크게 하락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역 내 골프장 운영 실태와 문제점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골프장 이용객인 A씨는 골프장들의 갑질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방문이 어렵게 되자 이 시기를 틈탄 골프장들이 그린피 가격을 올리면서 그저 돈을 쓰는 ‘호구’ 대하듯 골퍼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끼워 넣기는 물론 오버부킹으로 인해 거의 소몰이 당하는 수준이다”며 “보통 6분 티업에 플레이를 하는데 시간에 쫓겨 앞 팀 간의 간격에만 맞추다보니 플레이는 뒷전이고, 골프 플레이라는 개념은 잊은 채 뛰어다니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골퍼들도 노력해서 번 돈으로 비싼 비용이 드는 골프 스포츠를 접하고 있는데 어쩌다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전남의 한 골프장을 이용한 B씨는 골프장의 배짱 영업 행위에 헛웃음 치며 이용객들을 ‘봉’으로 여기는 같다고 털어놨다. 우천이나 강풍으로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골프장에선 환불 조치를 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을’의 위치에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그린에 물이 고이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 퍼팅이 불가능할 경우 환불 해준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골프장에선 이를 아랑곳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치기 싫으면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말하는 등 골프장의 갑질 횡포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황당해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골프장들의 배짱 영업 횡포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각종 세금을 감면받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에서는 코로나 특수시기를 틈타 캐디피·카트비 등 각종 요금을 인상하는 한편, 우천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환불 불가 페널티를 적용하는 등 갑질 영업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마저도 부킹 예약과 경기 운영 개선을 두고 회원들과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고 있어 골프장들의 ‘갑질 횡포’를 규제할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일고 있다.

20일 광주시·전남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방문이 제한되자 광주·전남지역 골프장들의 입장료가 지난해에 비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밀집도가 높은 라커룸과 샤워시설 등 부대시설 이용이 제한됐지만 오히려 지역 골프장 그린피는 평균 주중 19.3%, 주말 15.4% 대폭 올랐다.

광주의 한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토요일 기준 1인당 요금이 최대 20만원(캐디비·카트비 포함)을 넘어섰고, 지난달 기준 전남지역 회원·대중제 골프장 38곳 가운데 32곳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남의 한 골프장 역시 주말 1인당 요금이 30만원을 육박해 지역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골프장들의 영업실적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골프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국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자 가격 인상은 물론 고객관리도 소홀히 하는 등 서비스 품질이 낮아져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취득세, 제산세 등 면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시장 경제 논리를 앞세워 이용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2000년 이후 ‘골프 대중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혜택은 챙길 대로 챙기고, 배를 불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국 기준 대중골프장의 주중 입장료는 지난해 5월 13만 4,000원에서 올해 5월 16만원으로 19% 올랐고, 토요일 입장료도 같은 기간에 18만 1,000원에서 20만 8,000원으로 15% 인상했다.

회원제·대중골프장과의 입장료 세금 차액도 2011년 주중 5만 1,700원에서 올해 2만 7,800원으로, 토요일은 4만 9,300원에서 3만원 안으로 좁혀지고 있다.

대중제 뿐만 아니라 회원제 골프장의 갑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회원의 ‘우선 예약권’을 무시하고 비회원과 단체팀을 받거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원제가 아닌 대중제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회원 자격을 취소하는 등 편법 운영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화순 모 골프장 회원 149명은 지난해 말 해당 골프장을 상대로 ’회원 권리행사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최근 일부 승소한 바 있다. 법원 측은 골프장 측이 회원들에게 부여된 부킹권(예약권)을 침해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비회원 그린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골프장들의 갑질과 배짱영업을 관리·감독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유사 회원 모집 등 편법을 운영하거나 이용료를 대폭 올리는 횡포를 부려도 정부 또는 행정기관에서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다.

이 때문에 골프장의 입장료를 심의·관리할 수 있는 이용요금 심의위원회 협의체를 구성해 공정성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중제 골프장들이 세금 감면 혜택 받으면서 시장 경제 논리에 준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고’ 행태와 다름없다”면서 “지난해 9,600억원에 달하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대중골프장들이 세금혜택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인상한 입장료를 인하해서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골프장 설립 취지에 맞게 골프대중화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비회원제를 신설해 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환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