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베란다 중앙에 서 있는 새장을 보았다. 새로운 새 한 마리가 보였다. 날 보는 것만 같았다. 창살 틈으로 새가 말한다. 짹짹. 그 모습은 내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남들이 알아들으면 어찌할 방법을 가르쳐 줄 텐데, 아무튼 모른다.

항상 이곳에서 마지막 날을 꿈꿔. 그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너와 울 언니, 내 동생, 하루빨리 자유라는 걸 되찾고 싶어. 혼자서 목욕탕 가고 슈퍼 가고 커피숍 가서 창가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 근데 00야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00년 9월 19일 성매매 집결지인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희생자의 일기 내용이다.

“유곽장(대구 유곽장) 창기 김봉옥은 1971년 8월 5일 17시경에 유곽장 내에서 아편을 먹고 죽으려다가 같이 있던 여러 사람에게 발견되어 즉시 부근의 모 의사에게 응급치료를 의뢰하여 다행히 생명에는 관계가 없었다는데, 그 원인은 어릴 때부터 창기로 몸이 팔리어 다른 사람과 같은 정당한 생활을 하지 못함을 비관하여 한 것이라 한다.”

-신·변종 성매매 알선행위 기승

굳이 1971년 발생한 유곽장 사건을 빌리지 않더라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삶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된 시대적 배경에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이라는 더이상 방관할 수 없을 만큼의 상황이 있었고, 성매매 방지법의 태생 자체가 이미 한계를 가지고 출발한 셈이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면서 감금·착취 같은 이야기들은 다 옛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만의 잣대로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들을 판단하고, 너무도 쉽게 그들을 혐오 대상으로 삼기 쉽다. 그들을 향해서만 비난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하지만 실제 현실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집결지 성매매는 줄었지만, 오히려 주택가 오피, 마사지, 쩜오, 새벽배송 택배기사 위장 콜센터, 골프매칭 사업 등이 성행하고 있어 성매매에 대한 풍선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성행을 하고 있는 일명 ‘리얼돌 방’은 사람 모양의 전신 인형을 대여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 일상까지 파고들었지만, 성인용품점으로 등록해 현행법상 규제가 어려우며, 성인용품점은 지자체 허가나 영업증이 필요 없어 리얼돌은 성매매특별법 적용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리얼돌에 특정 복장을 착용하고 영업하기 때문에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며, 더 큰 문제는 미성년자도 얼마든지 접근해 이용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만남과 모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신·변종 성매매 알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사람이 아닌 여성 인형이 법의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것이다. 성매매 집결지든, 성매매 유형이 신·변종이든, 성매매로 단속이 불가능한 리얼돌이든 ‘여성과 폭력’이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사회구성원 변화·노력 필요

알비삭스는 블루드레스에서 ‘노숙인이 거리를 헤맬 때 노숙인의 존엄성만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 함께 비참해진다’라고 했다. 그 누구도 거리의 노숙인을 내버려 둔 채로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폭력은 피해자, 가해자, 주변인 모두와 개인, 가족,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폭력의 지속성을 멈추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성매매나 리얼돌 이용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남성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행위들은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한쪽에서 사소하게 치부해 버린다면 점점 더 문제는 확대될 것이며 해결과는 거리가 더 멀어진다. 차별을 볼 수 있는 눈, 고통을 들을 수 있는 귀,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액션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성인이고, 가정구성원과 사회의 일원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진정한 평등은 정의로운 사회일 때 가능하다.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생각한다면 답은 쉽다.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