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사적지에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낙서가 얼룩진 채 방치돼 있다고 한다. 광주정신과 80년 5월의 함성이 스며들어 있는 사적지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라는 얘기다. 매년 5월 보여주기식 반짝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5·18 사적지 29개소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1998년 사적지 제1호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시작해 제24호인 5·18 구묘역까지 지정했다. 제25호 남동성당부터 제29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까지는 지난 2005년부터 순차적으로 확정됐다. 옛 광주교도소와 505보안부대 터는 민주·인권기념파크와 5·18역사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그러나 이들 사적지가 부실한 관리로 되레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구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일대는 사적비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을 뿐 주변엔 쓰레기 더미 천지다. 옛 무등경기장 정문 기둥은 '야구마을 스탬프투어함'과 도장 자국이 찍힌 채 방치돼 있다. 그 인근엔 비속어 낙서들로 가득하다고 하니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배고픈다리 사적비는 불법 현수막을 거는 용도라니 할 말을 잃는다.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은 수풀이 우거져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옛 광주적십자병원 사적비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지만, 훼손돼 인식되지 않고 있다. 상무대 옛터는 '서구 치평동 1200'으로 주소 표기가 잘못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월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사적지들이 각종 오물로 뒤범벅인 채 방치돼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는 광주정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민낯으로 실종된 시민의식을 되찾는 노력이 시급하다. 관계 당국도 철저한 관리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