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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 줌(27) 바흐 평균율

48곡은 어느 제자, 몇 번째 자녀를 위한 곡이었나
자녀와 학생들 위해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작곡
12개 장조와 단조 구성 24개 한 권에…2권 완성
전곡 감상 네 시간 넘어…감정따라 감동도 달라

2021년 05월 06일(목) 09:22
바흐의 아들들(위가 형, 아래가 막내 순서대로)
5월은 가정의 달답게 안팎으로 행사가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과 잘 아울리는 음악가로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있다. 그의 집안은 200여년 동안 50명 이상의 음악가를 배출했고, 그의 20명의 자녀 중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Wilhelm Friedemann Bach, 1710~1784),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 1714~1788),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바흐(Johann Christoph Friedrich Bach, 1732~1795),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ohann Christian Bach, 1735~1782)를 작곡가로 성장시킨 음악가 집안이기도 하다.

뛰어난 교육자이기도 하고, 작곡가였던 바흐는 자신의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Das Wohltemperierte Clavier, 48 Preludes and Fugues, BWV 846-893)을 작곡했다. 제1권은 1722년, 제2권은 1744년에 완성된 것으로 각 권은 12개의 장조와 단조로 구성되어 전체 24개를 한 권으로 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시도를 한 권에 끝내지 않고, 1권이 완성되고 22년 후 같은 형식으로 24곡을 더해 2권을 완성했다. 하지만 2권의 출판은 바흐 생전에 이루지 못하고 1801년에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바흐 평균율 1권 중 1곡 전주곡 자필 악보.
◇평균율이 등장하게 된 배경

순정률(純正調, pure temperament)은 일정한 정수비에 의해 음의 주파수를 결정할 수 있어 감상자의 귀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현악기와 관악기는 물론 성악가들도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따라 음정의 차이를 연주자가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17세기 당시 건반악기는 모든 음악의 반주와 중심 악기로 위치하고, 건반악기에서 음정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평균율(平均律, 영: Equal temperament, 독: Gleichstufige Stimmung)이 발달하게 되었다.



◇12음을 균일하게 배분한 평균율

평균율은 옥타브 안의 음을 균등한 비율로 나눈 음률이다. 서양음악에서는 한 옥타브 안의 12음을 반음정으로 나누어 12 평균율로 하고 이것은 서양음악의 조성음악(tonal music)의 근간이 되었다.



◇평균율의 구성

12음은 피아노 건반에서 흰색 건반인 도, 레, 미, 파, 솔, 라, 시와 이 음들 사이 검은 건반에 위치하는 올림 도(다른 이름 한 소리로 내림 레), 올림 레(내림 미), 올림 파(내림 솔), 올림 솔(내림 라), 올림 라(내림 시)까지 열 두개 음이 구성된다. 이 음들을 균일하게 나누어 조율한 것을 평균율이라고 하고, 바흐는 이것을 착안해 평균율을 구상하게 된다. 바로 12음을 근간으로 한 조성을 만들어 장조 12개와 단조 12개를 한 세트로 구성해 24개의 완전체를 작곡했다. 흥미로운 것은 각 곡에는 자유로운 형식의 전주곡(Prelude)과 2성부(voice)터 5성부의 대위법(counterpoint)을 따른 푸가(Fugue)로 나누어져 있다.

곡의 구성은 홀수 번호는 장조(major), 짝수 번호는 단조(minor) 진행으로 1번 다장조(C major)에서 시작해, 2번은 다단조(c minor), 3번은 올림 다장조(C sharp major), 4번은 올림 다단조(c sharp minor), 5번은 라장조(D major), 6번은 라단조(d minor) 식의 구성을 하고 있다. 각 권의 마지막 24번은 열두 개 중 마지막 음인 시를 으뜸음으로 해 나단조(b minor)를 끝으로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아이제나하에 있는 바흐 생가.
바흐 하면 음악이 딱딱하고, 엄격한 형식과 계산된 수학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바흐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것이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바흐 음악이 다성음악의 대위법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상하다 보면 이내 곧 주제 선율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한스 폰 뷜러(H. V. Bulow, 1830~1894)에 따르면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신약성서로, 바흐의 평균율을 구약성서에 비유할 만큼 평균율의 서양음악사적 가치를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음악은 그 음악의 가치를 알고 들어도 좋지만, 막연히 듣다가 어느 순간 ‘선율이 매력적’이거나, ‘집중할만한 연주’로 좋은 음악들을 발견했을 때 감동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해봤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음악의 가치를 찾게 되고, 여운을 되새겨 보며 감상 리스트가 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균율 전곡을 다 감상하려면 각오를 하고 들어야 할 만큼 장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네 시간이 넘는 연주시간을 고려하면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평균율을 배경으로 일상을 하다 보면 지난번에는 잘 들리지 않았거나 무심코 흘렸던 선율이 그날의 감정에 따라 집중하게 되거나 감동이 되어 들릴 때가 있다. 아마도 이것이 바흐 평균율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바흐가 평균율 두 권이나 만들 당시, 48곡이 각각 어느 제자를 위한 곡이었을지, 또 몇 번째 자녀를 위한 연습곡이었을지 상상하며 가정의 달 바흐 평균율을 꺼내보게 본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바흐의 가족 그림(아침 음악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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