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신안=이주열 기자]만재도는 신안 흑산군도 중 하나로 8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천혜의 자연과 어장을 간직한 보물 같은 섬이다.

‘재물을 가득 실은 섬’으로 ‘해가 지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뜻의 만재도다. 만재도 앞 청정 바다에는 홍합과 미역, 전복, 해삼, 열기 등이 한 가득이다.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짝지해수욕장과 해식애, 주상절리 등 자연이 내준 경관은 으뜸이다. ‘1박2일’과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목포에서 105km, 그나마 빠르다는 쾌속선으로 자그마치 6시간 가야하는 섬, 만재도다. 만재도로 가는 길은 설렘 반 두려움 전부다. 잔뜩 흐린 하늘에 바다도 숨을 죽였다. 한 시간 가량 달려온 배는 비금, 도초에 들러 뭍의 소식을 내리고 큰 바다로 방향을 튼다. 뒤뚱거리며 거친 바다를 넘으려 헐떡이는 배는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든다.

2년전 가거도 가는 뱃길 직항로가 열린 덕분에 배는 2시간30여분을 달려 만재항에 닿았다. 뭍에 발을 디디니 봄 햇살 아래 바람도 멈췄다.

얼마 전 지어진 선착장에서 곧장 난 길에 몽돌이 고운 짝지해변이 반긴다.

드라마 ‘봄의 왈츠’ 배경이 된 곳으로 주민들의 공동 작업장이기도 하다.

곳곳에 핀 분홍빛의 갯메꽃에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우물도 정겹다.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은 마구산 아래 돌담에 어깨를 기댔다. 나지막한 지붕, 길게 늘어선 돌담들이 섬을 이었다. 지붕만 빼고 돌담길 안에 숨었다. 해마다 섬사람들을 괴롭히는 태풍을 피하기 위한 지혜다.

돌담길 따라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도 즐겁다. 미로처럼 이어진 길 끝에는 바다가 한결같다. 바다가 섬을 삥 둘러 안고 있는 만재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몇 해 전 tvn의 ‘삼시세끼’로 널리 알려졌다. 집과 아궁이, 평상, 텃밭이 티브 속 그대로다. 마을 주변을 휘둘러 에워싼 ‘앞산’과 ‘물쎈산’ 쪽으로 놓인 산책로는 쉼터 자체다.

타박타박 걸으면 놓치기 아까운 비경이 끝없다. 외마도와 내마도의 일출, 일몰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 섬과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 낸 장관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마구산은 오솔길이 안내한다. 능선마다 우거진 풀 섶을 헤치고 걷다 보니 죄다 비경이다. 30분 정도 올라온 길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등대도 만난다.

등대 너머로 돌기둥이 길쭉, 길쭉하게 붙어 있고 그 마지막엔 벼랑이다.

미남바위, 코끼리바위 등 해식애, 주상절리는 압권이다.

벼랑 앞에 서니 자연과 하나가 된다.

◇어촌에 부는 ‘활력’

지난 22일 작고, 외딴 섬 ‘만재도’가 들썩거렸다. 어촌뉴딜사업300의 성과 제1호로 준공식이 열려 축제가 벌어졌다. 어르신들은 손을 부여잡으며 고마움을 표했고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은 크게 환호했다.

낙후된 어촌에 필수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활력을 불어넣은 어촌뉴딜300사업이

가져온 효과다. 어미 섬, 흑산도에서도 45km떨어져 있는 만재도는 국가의 손길에서 외면 당해왔다.

1996년에 전기가 들어왔고, 주민들은 10여년전 부터 비로소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했다. 여객선 접안시설이 마땅치 않아 바다 위에서 종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위험마저 상존했다.

신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촌은 수산업의 전진기지로 주민들이 삶을 일구는 터전이기도 하지만 줄곧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어촌뉴딜300사업’은 만재도가 안고 있는 불편과 수고, 위험을 지웠다.

만재항에 접안시설과 경사식 선착장이 놓였고 어구 보관창고가 설치돼 주민들의 해묵은 숙원을 덜어냈다. 5시간40분 걸리던 뱃길은 2시간30분으로 좁혀졌다.

만재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170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여객선이 선착장에 직접 닿기 까지 무려 320년이나 걸렸다.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당연히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선착장 준공으로 화물선을 통한 물자 수송도 더욱 원활해졌다. 섬-육지 일일 생활권이 기능해져 주민들의 삶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한 환경에서 어촌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한 어업활동을 통해 다양한 소득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촌에 부는 새로운 바람 따라 사람들의 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촌뉴딜300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도 촘촘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때다. 어촌의 새로운 바람을 더 큰 바람으로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기 쉽고, 살고 싶은, 활력 넘치는 어촌’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만재항 개발에 힘을 실어 준 해양수산부와 늘 든든하게 지원해 온 전남도, 찬바람과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공사를 마무리한 많은 이들이 노력한 성과다.

무엇보다 ‘행복한 불편’을 기꺼이 감내해 준 만재도 주민들의 공도 크다.

◇한 때 섬 일대 가라지 파시로 번성

만재도는 한때 ‘돈 섬’으로 불렸다. 작은 섬이지만 돈이 많아 떵떵거리며 살았다. 어르신들은 마을의 영화를 지난 1930~1960년으로 회상한다. 당시 전갱이과의 ‘가라지’가 대풍을 이뤄 만재항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섬 일대에 가라지 파시가 열렸을 정도로 번성했다. 언제부터인가 가라지가 자취를 감추자 사람이 뜸해졌다.

지금은 어업과 낚시 민박에 종사하며, 젊은 여자들은 물질을 한다. 우럭, 농어, 조피볼락, 전복, 미역, 다시마는 마을의 주 소득원이다. 만재도 미역은 맛과 영양면에서 뛰어나기도 하지만 마을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원이다. 주로 6월~7월 사이에 채취하는데,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무렵에 작업한다.

미역은 홍합처럼 절벽과 경사가 심한 바위에서 무릎까지 물에 빠진 채로 채취한다. 주변 바위에 얹어 놓으면 남자들이 배에 실어 마을로 돌아온다.

얼마 전까지 마을 앞 짝지해변에서 미역을 말렸지만 지금은 건조장에서 기계를 이용한다. 한정된 짧은 기간에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마을 전 주민들이 나서 공동으로 작업한다.

만재도의 해녀들은 위험이 뒤따르는 ‘물질’ 때문에 공동체적 성향이 강하다. 수익은 작업량에 따라 달라 동료들 사이의 경쟁심도 많다. 해녀 모두가 모여서 함께 물에 들어가지만 협동을 위해서가 아니다.

해녀들은 공평하게 자원을 채취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율을 따른다. 채취 작업이 빈번해져 마을 근처 바위에 패류가 많지 않아 10여년 전부터 깊은 바다로 나가고 있다. 해녀들은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가 배물질을 하다시피 한다.

맑은 물이 드는 여름과 초가을은 작업이 수월하지만 가을부터 탁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재도에는 논이 없고 밭만 있다. 그러나 농사는 거의 짓지 않는다. 묵힌 밭에 약초를 재배하거나, 텃밭에서 야채를 키운다. 곡식과 농작물, 생필품은 배를 통해 들어온다.

만재도는 낚시꾼들이 탐내는 황금어장이다. 계절 따라 고급 어종이 가득하다. 여름, 돌돔과 농어가 많이 잡히고, 겨울에는 감성돔 낚시가 잘된다. 무분별한 남획을 막기 위해 주민들은 어업권 보호를 건의하고 나섰다.

마을엔 1997년 설립된 만재도 내연발전소가 있으며, 만재분교는 지난 2005년 폐교됐다. 폐교를 개조해 마을에서 숙박시설과 경로당으로 운영하고 있다./신안=이주열 기자

만재도 해녀들이 미역을 채취하고 있다.

만재도 텔레비전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

만재도 선착장

만재도 전경. 바라 보기에 왼쪽 해안은 완만하고 오른쪽 해안은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만재도 주상절리해안

만재도 짝지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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