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지방에서 새하얀 껍질 하나로 버티는 하얀 자작나무. 신선 작가가 2017년 러시아 여행 중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은 이색적인 아름다운 풍경에 앞서 까레이스키들의 한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추방당한 한국인들의 고통이 ‘자작 자작’ 기차 레일을 가는 듯 살려달라는 아우성으로 들려왔다”고 회상했다.

“이 풍경을 오롯이 화폭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이 ‘익음의 중후함’을 화폭에 담아내지 않는다면 작가는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자작나무는 작품활동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신선 작가

자작나무 화가 신선 작가가 오는 15일까지 동구 금남로2가 ACC디자인호텔에서 초대개인전을 갖는다.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러시아 여행 이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자작나무에 천착해 온 작가는 그동안 ‘익음’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여 왔다. 지난해 6월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린 ‘익음’전에서는 자작나무 신작들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작나무는 그리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다. 작품 속에서 내내 보이는 강력함과 때론 차분하고도 부드러움은 시시각각 변화되는 자작나무의 움직임을 담아내고자 한 작가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화가는 자신만의 빛깔과 조형 언어로 말하는 존재다. 오직 내 색깔의 자작나무를 완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 자작나무가 있는 강원도 원대리를 찾았다고 한다.

원대리에서의 고독의 시간들을 보낸 작가는 자작나무 영혼들과 대화의 시간들 속 홀로 있는 나무가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입체적 환상을 보여주는 절정의 하모니는 내게 도사리고 있는 화가의 염색체를 더욱 자극했다. 나만의 고유 색깔과 구도가 담긴, 내 정신과 마음이 깊게 배인 자작나무 작품세계는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작가는 밝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부터 소품까지 작가만의 색채로 구현해 낸 자작나무 시리즈와 봄 소식을 담은 ‘봄의 향기’ 등 30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일본 도쿄 긴자 아티스트스페이스 갤러리(2015), 광주시립미술관금남로분관(2020) 등에서 10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 전남도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맡았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초빙교수, 대동문화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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