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발걸음 경계에서

■신안 임자도 <상>

전장포 새우젓 전국 최고의 맛과 품질 ‘명성’

임자도 사시사철 다른 물고기가 잡히는 풍요의 섬

임자 대파, 진도 대파와 함께 전남특산물 자리매김



섬을 여행하다,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섬의 기준은 뭣일까. 어디까지가 섬이며, 육지일까. 지구의 대륙이 어차피 섬이 아닌가.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뒤져보니 국제법상 기준이 호주보다 작아야 섬이라고 한다,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럼 대륙은 뭣일까. 어린 시절 자연책에서 뭘 공부했지. 멀리 있는 섬처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륙은 지구 표면에 거대한 면적을 가진 육지를 말한다, 그리고 대양주 호주보다 적으면 섬이다. 지구상에서 제일 큰 섬은 북유럽과 캐나다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Greenland)이다. 그린란드 면적은 유럽보다 크다. 그리고 섬나라가 꽤 많이 있다. 80여 개국으로 영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등이다,

◇이달 말이면 ‘육지사람’ 된다

신안군 임자도는 자은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광주에서는 90km, 목포와의 거리는 45km다. 신안군의 서북단에 있다. 수도와 재원도, 부남도, 갈도 등의 부속도서가 있다.

임자도를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지도였다. 무안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신안군 지도는 1975년 무안군 해제면과 연륙 되면서 육지와 다름없는 곳이 됐다. 연륙되기 이전에는 목포, 영광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야 했던 섬이 이달 말이면 임자도 섬사람들의 평생소원이 풀린다. 그간 지도 점암과 임자 진리간 철부도선이 다녔다. 바람이 거칠게 불거나, 해무가 끼면 급한 볼일이 생기도 임자도 사람들은 발만 동동거렸다. 신안의 12번째 다리이며 전국에서 10번째로 길다.

신안에서 천사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다리다. 뱃길로는 30분 거리지만 차로는 3분이면 통과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0월 착공해 8년 동안 길이 4.99km, 너비 11m, 2차로 규모로 건설된 해상교량이 지도읍 점암리에서 시작해 중간 섬인 수도를 거쳐 임자면 진리로 이어진다.

임자대교는 제1교와 제2교로 연결돼 있으며 사장교이다. 임자와 수도간은 주탑은 A형으로 남성을 상징한다. 수도와 점암 간은 H형 주탑으로 여성을 상징한다.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디자인됐다. 각각 청색, 빨간색의 철강 다리로 백년해로를 모티브로 한 교량의 상징성을 표현된 연도교이다.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눈길

임자도 진리에서 면사무소를 지나 임자초등학교 근처 삼거리에서 대광리와 전장포로 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대파 밭과 염전을 지나 끄트머리에 ‘전장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그곳에는 황동철물로 만들어진 새우 시비는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거린다. 시 ‘사평역에서’로 잘 알려진 곽재구 시인의 시비가 눈에 들어온다.



전장포 아리랑

곽재구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

각이도 송이도 지나 안마도 가면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우리나라 눈물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우리나라 사랑 보았네

재원도 부남도 지나 낙월도 흐르면서

한 오천 년 떠밀려 이 바다에 쫓기운

자그맣고 슬픈 우리나라 사랑들 보았네

꼬막 껍질 속 누운 초록 하늘

못나고 뒤엉긴 보리밭길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 너머 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 나고

손가락만 스쳐도 울음이 배어 나올

서러운 우리나라 앉은뱅이 섬들 보았네

아리랑 전장포 앞 바다에

웬 설움 이리 많은지

아리랑 아리랑 나리꽃 꺾어 섬 그늘에 띄우면서



◇전국 유통 새우 60~70% 차지

300여 년 전부터 임자도 하우리와 대태이도(타리섬)에서는 부서 파시가, 전장포는 새우 파시가 열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어부들과 장사꾼들이 모여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1980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250여 가구에 2,100여 명이 넘게 살았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제일 맛깔 나는 새우젓은 역시 오뉴월 희고 고운 백화새우(둥근돗대기새우)가 최고의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국에 유통되는 새우젓 중에 60~70%를 이곳 전장포에서 잡히는 것으로 맛과 품질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마포나루 젓갈 시장에서도 전장포 새우젓은 알아주고 있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몇몇 젓갈 집이 명맥을 유지하며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임자도 인근의 넓은 모래 해역에는 젓새우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단백질 및 칼슘이 풍부한 젓새우는 인근 해양 생태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먹잇감이다. 오래전에 잠시 임자도에서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전장포 현장을 방문했다. 동네 어귀 멀구슬나무 아래, 동네 여인들이 나와 밥상을 펼쳐놓고 새우를 고르고 있었다, 토실토실한 백화새우와 흔히 ‘꽃 젓’이라고 부르는 붉은색을 띤 새우와 일반 생선과 함께 구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뉴월 백화 젓과 꽃 젓의 가격 차이는 몇 배가 더 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우젓, 아직도 전장포 주민들의 터전’

최근에 전장포를 들러 새우잡이 선주에게 옛이야기를 주문했다. 씩 웃더니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 선별작업은 포기하고, 1993년에 생긴 송도위판장에서 충청도, 전북 젓갈 판매상들이 싹쓸이하여 가져가요~”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전장포의 새우 파시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면서 주민들도 하나둘 빠져나가 지금은 140여 가구에 270여 명 정도가 살고 있다. 비록 새우 파시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새우젓은 전장포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자 소득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돈배’로 불린 멍텅구리배

새우잡이는 멍텅구리배 외에 옆치기 배와 꽁댕이 배, 닻 배를 사용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무동력선인 멍텅구리배는 돈을 많이 벌어서 ‘돈배’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실 새우젓은 전장포 주민들에게 있어 사연이 많은 젓갈이다. 오래전부터 낡은 배에 널따란 판자나 폐선을 얼기설기 붙여 만든 목선을 임자도와 낙월도 사이의 풀등에서 뛰어서 새우를 잡는 방식이었다. 말이 배지, 돛도 없고 노도 없는 이 배는 스스로 힘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멍텅구리배’로 불렸다.

새우잡이를 하는 선원들은 적어도 4~9개월 동안 멍텅구리배를 타고 바다에 머물러야 했다. 한 배에 보통 네다섯 정도의 선원이 어업을 했다. 이렇다 할 안전 장비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좋은 새우를 잡기 위해서였다. 1987년 태풍 ‘셀마’가 미처 육지로 피신하지 못한 멍텅구리배 12척을 덮쳐 많은 인명이 참사를 당했다.



◇6~7월, 가장 비싼 오젓과 육젓 잡혀

임자도 인근의 고운 모래밭에는 덤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돼 4~5월엔 갑오징어가, 5~6월엔 깡다리(황석어)와 병어가, 그리고 7~8월엔 민어가 새우를 찾아 임자도 해역으로 몰려든다.

이 때문에 임자도 바다는 사시사철 서로 다른 물고기가 잡히는 풍요의 섬으로 이름을 알린다. 또한, 모래땅에서는 대파와 양파가 많이 재배되는데, 특히 대파는 진도 대파와 함께 특산물로 꼽히고 있다.

임자도 인근 해역이 새우 서식지이긴 하지만 새우를 1년 내내 잡는 건 아니다. 3~7월과 10~12월에만 잡을 수 있다. 특히 8월 한 달은 금어기로 어획이 금지되며 겨울철 역시 새우잡이가 안 된다. 봄에는 김치공장에 납품되는 새우젓 중 저급의 대뜨기와 조대가 잡히고, 6~7월엔 가격이 가장 비싼 오젓과 육젓이 잡힌다. 새우젓은 육젓을 최고로 친다.

음력 6월에 잡은 돗대기새우는 꼬리가 동백꽃처럼 붉고 살이 통통하며 껍질이 얇고 육질이 단단하다. 그 새우로 담근 육젓은 탱글탱글한 데다 감칠맛이 난다.

지금도 전장포 젓갈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뉴월 젓과 어린 아기 손바닥만 생선으로 담은 밴댕이젓, 병어젓, 꼴뚜기젓, 황석어젓 등 젓갈들이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을 뒤 야트막한 솔개산의 토굴에서 숙성을 시킨 듯 2개의 굴은 출입이 통제되고 2개는 체험장으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방치된 상태이다.

임자도 대파밭

임자대교

임자대교

임자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