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치분권의 긴 여정과 목표 수준을 생각할 때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통과된 5개 법안 패키지가 본격 시행되면 지방자치 행정이 이전보다 훨씬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치분권이 시대적 요청이자 국민의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리의 바람이 이제 첫발을 뗀 것이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주민의 지자체 정책 결정 등에 참여할 권리가 강화된다. 주민이 조례·규칙의 개정·폐지를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3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감사청구 기준 인원은 기존 500명 이내에서 300명 이내로 줄이고 연령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규정해 요건을 완화했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는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시·군·구는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 균형 발전 및 지방소멸 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했다.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로 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 등 지자체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는‘지방자치단체(집행부)와 지방의회’가 대립하는 한 가지 기관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개정안 통과와 함께 기관구성 형태를 다양하게 둘 수 있도록 했다.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주민들의 동의만 있다면 여러 형태의 자치단체가 탄생할 수 있다. 현재 직선으로 선출하는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간선으로 선출할 수도 있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통합여부 결정도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가능성이 있는 지자체의 경우 대도시의 구청장과 구의회를 통합해 새로운 기관 형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 독립성 강화도 눈에 띈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갖게 되고, 정책지원 전문 인력도 둘 수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겸직 규정을 명확히 하고, 겸직이 허용되더라도 이를 공개하도록 관련 조항을 정비했다.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의무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설치 등 지방의회의 책임성 및 자율성 강화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수평적 협력도 강조됐다. 국가의 지도·감독 규정대신 국가와 자치단체 관계로 개정하고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규정을 신설했으며, 이를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제도가 도입됐다. 주민에 대한 균형적인 공공서비스 제공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을 위해서다. 시·군·구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시도가 조치하지 않으면 국가가 직접 시정·이행명령을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우선 주민자치회 삭제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임에도 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국회는 주민자치회를 삭제하고 말았다. 추후 법 개정을 통해서 부활시키고 확대해야 한다. 진정한 자치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치조직권과 자치재정권에도 더 큰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도 과제다. 경찰자치에 이어 교육자치 실현도 이어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행정의 모습을 획일적으로 만들지 않고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방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도적 정비와 맞물려 주민들의 의식개선 또한 이뤄져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풀뿌리 지방자치가 시작된다. 그리고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