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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신춘문예를 마무리하며

데스크칼럼/ 이연수(문화부장)

2020년 12월 29일(화) 11:57
올해의 ○○상.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받는 상처럼 기쁘고 값진 것도 없을 것이다. 지난 주, 2021 전남매일 신춘문예 심사가 끝났다. 비로소 한 해를 마감하는 게 실감난다.

2회째를 맞은 신춘문예 심사를 지켜보며 글을 쓴다는 것의 간절함에 대해 생각했다. 언어예술. 그 매력 넘치는 문학의 꿈을 펼치기 위해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들.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기사체 글과 문학의 그 머나먼 거리감을 느끼며 부끄러움과 회의도 찾아왔다. 올해 나는 어떤 글을 썼을까 되돌아봤다. 나의 활자들은 그날 그날 용도폐기되는 일회용품 같았다.

#많은 예비작가들에 응원을

지난 10일 마감된 신춘문예 접수 원고는 분류·정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3일 동안 봉투개봉 작업으로 가위질을 했더니 오른손 검지 손가락 가운데가 움푹 패였다.

단 하나의 작품을 뽑는데 이토록 많은 문청들의 열망이 모였구나라는 생각에 한 장도 허투루 다룰 수 없었다. 꼭꼭 밀봉한 봉투에 정성쓰레 쓴 글씨에는 간절함이 읽혔다.

원고 작업과 함께 심사위원을 섭외해 선정하고,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선정됐던 타 지역 심사위원이 바뀌기도 하는 등 바쁘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한편으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가 논의되며 비대면 심사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많은 원고 가운데 눈에 띄는 수작들이 최종심에 오르는 것은 두근거리는 일이다. 당선작은 분야별로 한 편 뿐이기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작품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안타깝다.

올해 심사에서도 마지막 한 편을 가리는 상황을 지켜봤다. 당선되지 못한 예비 문인들은 또다시 긴 일 년을 준비할 것이다. 그만큼 아프고 또 더 성숙하겠지만 문학이야말로 시련을 이겨내고 꽃피울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글을 쓸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이 있을 때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도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젊음과 함께 먼 훗날 그립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당선되지 못했지만 도전했던 모든 예비 문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당선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이 보내온 수상소감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수상소감에는 오랜 시간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열정과 고민, 지인과 가족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을 위한 격려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수상소감은 늘 위안과 감동을 나눠주는가 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작가들의 심사평 또한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넓고 깊은 시선이 심사평에서 또다른 감동으로 읽혀졌다.

몇 해 전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이기호 소설가의 수상소감은 작가의 작품 이상으로 좋았다. 나는 언제쯤 이런 수상소감을 쓸 수 있을까 하며 읽고 또 읽었던 작가의 수상소감.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에게 이번 신춘문예 심사를 부탁하고자 전화를 걸었었다. 그는 연락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한 뒤 고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자들도 많이 응모했을텐데, 결과가 어떻든간에 심사를 맡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정중한 그의 목소리에서 모든 글쓰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어렵게 전화한 기자에 대한 배려가 온전히 전해져 왔다. 다시 한 번 떠오른 그의 수상소감….

#계속 쓰는 존재가 작가라는 것

이제 심사는 끝났고 결과는 나왔다. 1월 1일이면 신문 지면에 당선작이 발표된다.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린 모든 분들이 결과보다는 자신의 길에 대한 소신으로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새 희망으로 새해 첫날을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기호 작가의 2017년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소감을 옮겨 적는 것으로 세상의 많은 예비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다른 동료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문학상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문학상 때문에 내가 쓰는 소설이 더 훌륭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고, 작품 세계가 크게 변모하게 되리라는 소망도 없다. 그냥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계속 쓰는 존재가 작가라는 것, 쓰고 있는 그 순간만이 작가를 작가로 만들어주는 전부라는 것. … 더 적나라하게 쓰는 작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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