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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보듬는 부드럽고 다정한 온기

경향신문 연재 백수린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현실에 치여 외면해 온 마음 안팎의 풍경 조명

2020년 12월 01일(화) 11:39
2011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준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이 출간됐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경향신문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격주로 연재한 글들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들을 더한 책으로, 등단한 지 10년 가까이 된 소설가로서의 꾸준한 성찰과 사유가 응집되어 있다.

‘빵’과 ‘책’을 매개로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살펴온 삶의 단면들에 대한 마음도 담겼다. 다양한 맛을 가진 세상의 많은 빵들만큼이나 다채로운 풍미를 지닌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작가가 오래 붙들려온 책들에게로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문학 작품은 물론 난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교양서,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관찰이 아닌 공생을 담아낸 사회학 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작가가 소개하는 폭 넓고 다양한 책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자면, 현실에 치여 종종 외면해 온 마음 속 안팎의 풍경이 겹겹이 되살아난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에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이,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은 소설 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각오가 담겼다. 세 번째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는 가족과 친구, 반려견에 이르는 주변의 소중한 관계에 관한 일화들이 짧지만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조목조목 이어진다. 네 번째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에서는 사랑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마지막인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는 인간과 자연, 문화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아우른다.

언뜻 보면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는 책이 아닌가 싶지만, 섣부른 낙관이나 위로의 말을 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와 달달한 단팥빵을 나눠 먹는 순간에서조차도 사실 우리 개개인은 나름의 상처들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독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상처’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을 감당하며 사는 존재’임을 짚어내며 그럼에도 우리의 인생이 친애할 만한 것인 까닭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한다. 작가는 앨리스 먼로가 그토록 쓸쓸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제목을 ‘친애하는 인생에게’라고 붙인 것처럼 그 답의 실마리를 다시 ‘소설’에서 찾는다.

백수린 작가는 소설이 아닌 글을 처음으로 책으로 묶어내며 걱정이 앞섰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성심을 다해 통과해 온 한 소설가의 내면을 투명하게 마주함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의 내면 또한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상하고 슬픈 일 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기를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을 덮으며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안녕을 빌어줄 힘이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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