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매력은 아름다운 선율…투박함·민속성도
크리스티안 짐머만 쇼팽협주곡 1·2번 음반에 영감
코로나19 자신 돌아보는 계기 돼…취미생활도 즐겨
12월 독일행…내년엔 공연장서 관객 만날 수 있길


매년 5월 광주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리는 것처럼 체코 프라하에서도 1947년부터 매년 5월 특별한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음악제가 특별한 이유는 이 기간에 맞춰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인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콩쿠르(CONCOURS INTERNATIONAL DE MUSIQUE DU ‘PRINTEMPS DE PRAGUE’)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리나라 국적으로 최초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박진형을 만나 보았다.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 이후 근황과 오는 11월 2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을 찾는 그에게 쇼팽의 매력을 직접 들어보았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박진형입니다. 이번에 광주시향과 함께 쇼팽의 두 작품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피아노를 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외할머니가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셔 집에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치는 곡을 그대로 연주하고 반주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렸을 적 놀이였을 만큼 피아노는 어린 시절 저에게 장난감이었고, 그러다 7살 때 어머니께서 못 치는 저의 연주가 너무 시끄러워 학원에 보냈다고 하네요.


-광주시향의 GSO 11시 클래식 ‘바르샤바의 가을 1830’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소감은.

▲연주되는 곡들이 쇼팽이라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보다는 피아니스틱 한 면모가 많은 곡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제가 이번 공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주라고 생각될 수 있는 오케스트라 파트들 또한 곡을 더욱더 다양한 음색으로 만들어 주고 부족한 음향적 효과를 채워줄 수 있는 만큼 지휘자 선생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너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에 귀한 시간 내어 그날의 무대를 있게 만들어주는 청중 분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를 음악가로서의 극복하는 방법은.

▲모든 분들에게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저를 포함한 모든 음악가들에게도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계획되어있던 많은 연주들이 취소되고, 대회가 연기되고 하다 보니 가끔은 무기력함에 빠지곤 합니다. 어쩌다 보니 덕분에(?) 좀 더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그동안 계속되는 연주 속에 새로운 곡을 익힐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았는데 평소 공부해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이번 기회에 많이 공부해보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잊고 살았던 취미생활도 이번 휴식을 계기로 즐겨보고요.

피아니스트 박진형

-지금까지 많은 콩쿠르에 도전했고, 우승도 많이 했는데도 계속 콩쿠르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라는 사람을 조금 더 넓은 세상에,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를 직접 현장에 가서 듣지 못해도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보니 클래식 팬들에게 가장 빠르게 이름을 알리는 방법이 콩쿠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피아니스트여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 끊임없이 제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2016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그때가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대회를 나가고 싶어 알아보던 와중에 눈에 들어왔던 대회가 제가 많이 연주하고 공부했던 곡들로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프라하의 봄 콩쿠르였습니다. 1등 특전으로 세계에서 유명한 음악축제 중 하나인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연주한다는 것도 매력적이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콩쿠르를 통해 배운 점과 얻은 교훈이 있다면.

▲당시 준결선 무대에 아주 큰 실수가 있어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반대로 결과는 좋았지요. 대회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과 작은 파티가 있었는데 그 어떤 심사위원도 제 준결선에서 있었던 실수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어요. 그때 저는 제가 하고 있는 피아노는 하나의 테크닉적인 실수보다는 전체적인 그림과 감정이 중요한 예술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피아니스트로서 쇼팽의 매력과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쇼팽의 매력은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다운 노래선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운 노래선율을 가사가 없는 타건악기인 피아노로 연주해야하는 것이 여러 어려운 점들 중에 하나이고요.


-쇼팽 ‘폴란드 민요에 의한 환상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도 무대에 처음 올리는 곡이라 긴장이 되지만 워낙에 쇼팽 피아노 협주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곡이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좋아해 주실거라 생각됩니다. 굉장히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곡이라 그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어 관람하시면 좋은 관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 본선까지 올랐는데 당시 어떻게 집중할 수 있었는지.

▲딱히 집중이라 할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콩쿠르라 특별히 무엇을 다르게 한 것은 없었고 그냥 평소 연습하듯, 평소 연주 준비하듯 컨디션 조절하고 무대에 올랐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소와 같이 행동했던 것이 집중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쇼팽 콩쿠르에서 협주곡 2번 대신 1번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말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매력은.

▲쇼팽 콩쿠르에서는 10명의 피아니스트가 결선에 오른다면 그 중 거의 8~9명의 피아니스트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택하여 연주합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기도 하고 규모도 2번에 비해 커서 비르투오소 적인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사랑하는 여인을 문틈 사이로 지켜보며 감정을 삭이는 것이라면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손을 붙잡고 춤을 추는 것이라고요.

음악제와 콩쿠르가 열리는 프라하의 스메타나 홀.

-자신이 추구하는 쇼팽의 연주 스타일이 있나요.

▲최근에 쇼팽의 음악에서 깨달은 것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작곡가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구석도 있고, 굉장히 민속적이기도 하며 때론 리스트 못지않게 엄청난 남성미와 화려함을 보여줄 때도 있지요. 요즈음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주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또는 쇼팽을 가장 이상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정말 많은 피아니스트들을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편이라 그 중 하나를 정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냥 요즘 많이 듣는 피아니스트로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 머레이 페라이어 정도가 있겠네요. 쇼팽의 연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연주를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반을 꼽자면 크리스티안 짐머만 본인이 직접 지휘하며 녹음한 쇼팽 협주곡 1, 2번 음반을 정말 좋아합니다. 피아노 연주도 물론 훌륭하지만 저는 그 오케스트라 연주에 관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쇼팽에 대한 이해와 오케스트레이션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 음반을 들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계획된 공연과 내년 일정을 소개해 주신다면.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무엇 하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12월 말에 독일로 가서 공부에 전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올해 연기되었던 수많은 공연들과 대회들이 상황이 나아짐과 함께 다시 조율되어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