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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16) 1830년 11월, 바르샤바의 가을

이루지 못한 사랑·조국애, 낭만주의 환상 어우러져

2020년 11월 05일(목) 09:21
프레데릭 쇼팽
쇼팽, 10월 11일 고국 떠나기 전 고별연주회 가져
매년 10~11월 바르샤바 쇼팽콩쿠르…올해는 연기
5년에 한 번씩 유일하게 피아노 부문으로만 열려
조성진 등 배출…광주시향 24일 11시 음악회로 선봬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누구나 감성에 빠져들기 쉬운 요즘이다. 다만 날이 서늘해지면서 코로나19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지만 자연의 색이 주는 아름다움과 맑은 하늘을 보고 있자면 요즘의 걱정을 잊기에 충분하다.

바르샤바에 있는 쇼팽 기념상.
예정대로라면 올해 이맘때 18회 국제 쇼팽콩쿠르(International Frederick Chopin Piano Competition)가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조성진의 뒤를 잇는 콩쿠르의 우승자가 나왔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쇼팽콩쿠르 역시 내년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올해의 우승자를 만날 수 없게 됐다.

쇼팽콩쿠르는 차이콥스키 콩쿠르(International Tchaikovsky Competition, 모스크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Queen Elisabeth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브뤼셀)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라고 불린다.

하지만 쇼팽콩쿠르가 특별한 이유는 앞서 두 개의 콩쿠르는 피아노 외에도 바이올린, 성악, 첼로 등이 함께 하지만 쇼팽콩쿠르는 유일하게 피아노 부문에 한해 5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어 그 특별함이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보통 쇼팽(1810~1849)의 기일에 맞춰 10월 17일 정도 시작해서 3주간에 걸쳐 긴 경합이 시작된다. 콩쿠르는 최초 1927년 시작해 중간에 2차세계대전 기간인 1942년을 제외한 1949년부터 지난 2015년까지 계속되었다.

특이한 것은 이 콩쿠르의 참가자는 경연에 연주하게 될 피아노를 미리 연습해 보고 선택할 수가 있다. 이 때 무대 위의 피아노는 스타인웨이는 물론 야마하, 가와이, 파지올리 등 명기로 불리는 피아노로 주어진 시간동안 연습해보고 선택하게 된다.

레브 오보린(Lev Oborin), 벨라 다비도비치(Bella Davidovich), 아담 하라세비치(Adam Harasiewicz), 마우리지 폴리니(Maurizio Pollini),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게릭 올슨(Garrick Ohlsson),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당 타이손(Dang Thai Son), 스타니슬라브 부닌(Stanislav Bunin), 윤디 리(Yundi Li), 율리아나 아브제예바(Yulianna Avdeeva), 조성진까지 콩쿠르의 우승자를 보면 이 대회를 통해 얼마나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배출됐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우승자 외에도 입상자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 미츠코 우치다(Mitsuko Uchida), 케빈 케너(Kevin Kenner) 등 뛰어난 연주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비록 올해는 지난 2015년 조성진 바람을 불러일으킨 쇼팽 콩쿠르의 열기는 접하기 어렵게 됐지만 지난 콩쿠르의 열기를 회상하며 바르샤바의 가을을 추억해 본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54㎞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젤라조바 볼라(Zelazowa Wola)에 있는 쇼팽의 생가.
1830년 10월 11일 쇼팽은 바르샤바를 떠나기 전 ‘고별연주회’를 가졌다. 시적이면서 노래하는 선율과 피아노 음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의 천부적인 소질을 폴란드에서만 머무르기에는 아쉬움이 많아 그의 선생님과 친구들은 쇼팽의 유럽 활동을 독려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시 음악의 중심지인 빈과 파리로 이주할 것을 추천했다. 쇼팽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늘 마음에 담은 채, 그의 창작활동이 곧 애국이라는 가족 및 친구들의 당부에 따라 고별연주회를 준비했다.

그의 바르샤바에서 마지막 무대는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작품11과 폴란드 민요에 의한 환상곡 작품13을 직접 연주하고, 그가 짝사랑한 소프라노 그와트코프스카(Konstanze Gladkowska)가 찬조 출연해 롯시니의 아리아를 노래했다. 이것이 그가 11월 2일 빈으로 출발하는 마지막 무대가 됐던 것이다. 쇼팽의 피아노 작품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그것은 첫사랑의 가슴 시린 사연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쇼팽의 피아노 음악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당시 벨칸토 오페라에 매료된 쇼팽은 벨리니와 도니제티 등의 오페라의 영향으로 노래하는 선율을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래하는 선율이 주가 된다. 여기에 자유로운 전조, 반음계적 화성과 불협화음을 자유롭게 활용했다. 폴란드 춤곡인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 리듬을 활용해 음악의 폭을 넓혔다.

쇼팽이 활동한지 200여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그가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쇼팽의 명성은 앞서 소개한 음악적 특징들이 뛰어나서도, 단순하게 시적인 피아노 작품을 많이 남겨서도 아닐 것이다. 쇼팽의 감성 깊숙이 조국애와 이루지 못한 사랑, 낭만주의의 환상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잠시 바르샤바로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1830년 바르샤바의 가을은 어떻게 다를지, 고별무대를 준비하는 그의 감정은 어땠을지 쇼팽 음악과 함께 잠시 상상해 본다. 광주시향이 올해 마지막으로 준비한 11시 음악회는 11월 2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바르샤바의 가을, 1830’이다. 지난 2016년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세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진형의 연주와 국내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소프라노 정수희가 함께할 이번 공연은 190년 전 오늘과는 분명히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날의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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