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8개월째, 3단계에 준하는 거리두기가 20일까지 연장 됐다. 이제는 지인과의 만남, 친구와의 한 달에 한 번 하는 식사마저 쉽지 않는 일상이 됐다. 지난번에는 사직동의 작은 식당에서 만났다. 식사 중에 친구가 내게 손수건을 선물했다. '오오~알았어요, 일회용품 줄이기' 작은 실천부터 하자고 서로 다짐 했다.

마침 그날따라 집에오니 주문한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가 쓴 책<증여론>이 도착 해 있었다. 원제목은 '증여론 : 고대사회에서의 교환의 형태와 이유에 대하여'라는 논문글이다.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고귀한 지출에 대한 부분 인용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지출한다. 이런 개인들이 지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사회는 더욱 더 불안해질 것이다' 모스는 현대인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고귀한 지출'의 개념을 습득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새삼 나의 소비행위를 되돌아 본다. 경제적 시장가치, 이와함께 취향에 속하는 것으로서 감정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감정 가치는 보이지 않는 것, 무형의 것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예술공연, 전시관람, 음악회에 가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 등이다. 지금은 문화예술계가 무관중 온라인 비대면 공연, 방식을 대안으로 사용 할 수 밖에 없어 관람료 없이 대부분 무료로 진행 되지만 아무튼, 문화예술 현장을 접하면 그로인해 나의 감정이 풍요로워진다. 마음을 기쁨충만으로 이끌고 삶의 에너지원이 된다.

물리적 대상이 아닌 감동을 위한 시간 사용, 감각을 깨우는 이러한 소비 선택을 나는 스스로 고귀한 지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동안 밖에 나가는 시간이 많아 책을 건성건성 읽었다면 요즘은 집콕 시간에 좀더 깊게 행간을 들여다보며 책들을 읽는 편이다.

지금은 정치철학자이자 여성학자로 알려진 마사 누스바움(Martha CNussbaum)이쓴 <역량의 창조>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부제가'인간다운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누스바움은 책에서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10대 핵심역량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생명, 신체건강, 신체보전, 감정, 실천이성, 인간이외의 종, 관계, 놀이, 환경통제의 역량이 최소한 보장돼야 함을 강조한다. 이중에서 감각, 감정 부분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볼까 싶다. 누스바움은 감각기관을 활용 할 줄 알아야 하며, 상상하고 사고하고 추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문학, 음악 등에서 스스로 선택한 행사와 작품을 경험하고 상상력을 동원하기, 미적 표현의 자유, 즐거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감정의 역량을 지원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이란 주변이나 사물에 대해 느끼는 애착심.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에 속하는 사랑 뿐 아니라 슬픔, 갈망의 감정을 느끼는 것에 방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기존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새로운 관점을 더한 누스바움의 주장에 동의한다. 동시에 '예술의 가치적 측면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본다.

이제 예술은 재현이 아니라 '관계'를 창조 한다.

관람객과 작품이, 관람객과 관람객이 관계를 맺고 관계를 매개하는 동안 예술은 치유가 된다. 위안이 된다. 이는 예술의 치유적인 힘에 기댄 생각이다.

오스트리아 빈태생의 심리학자 오토랑크(Otto Rank)에 따르면 예술 발생의 문화심리학적 동기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인간은 죽음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죽음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예술은 불안과 공포심을 극복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상황 또한 새로운 삶의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코로나우울에 빠지기 쉽다. 이런때에 예술 치유의 힘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해주는데 있다. 특히 긍정적인 환상을 가져다 주기때문에 그렇다. 현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상황이다.

생계가아니라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시기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존엄과 품위를 지키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