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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안 와도 된다'
2020년 09월 08일(화) 18:42
조기철 사회부장
보고 싶은 부모님과 친척 들을 만날 수 있는 추석이 다가오는 길목이다. 옛적 그때를 아십니까 같은 흑백필름을 보는 듯 한가위 하면 지금도 새 옷과 새 신발, 그리운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추석 무렵 어릴 적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 가을걷이로 수확해 놓은 콩과 팥이며 고추 등을 말리느라 집 앞마당은 가을걷이로 거둬 들인 농작물로 가득차 있다. 호박, 가지 등 나물을 가을 볕에 말려야 색과 맛이 오래 보존된다며 어머니께서는 햇볕만 나면 마당 한 가운데에 내놓은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논과 들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형제들끼리 서로 등목을 해준다. 흠뻑 땀을 흘린 후에 찬물을 등에 끼얹고 난 후 수건으로 닦을 때의 개운함이 아직도 그립다.

온 가족이 희미한 전구 하나를 켜놓고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한다. 새끼 호박과 고추를 송송 썰어넣고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풍속도 크게 바뀌고 있다. 벌써 '추석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 19가 재확산 탓에 고향집 방문이 어려워 보이는 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아예 가게 운영이 어려워 문닫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직계 가족과 함께

한 기업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추석 연휴를 직계 가족끼리 보낼 것'이라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유에 대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조심할 필요가 있어서'라는 답이 79%로 대부분이었다. 추석 선물에 대해선 '온라인몰에서 주문하거나 선물하겠다'란 답변이 25%를 차지했다.

또 연휴 교통편을 묻는 질문은 '승용차 등 독립된 자가용 차량'을 83%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니만큼 건강과 안전에 신경쓰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한쪽에선 '명절만은 함께해야 한다'는 부모들과 젊은 세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뒤 아이들이 걱정돼 집 앞에 나가는 것도 자제해왔는데, 괜히 서로 오가다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추석 연휴 이동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추석 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명절 기간 동안 일부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정부가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 글에는 5만여명이 동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추석이 다가오는데 무섭다. 이동제한이 필요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이동량이 급증하는 연휴가 지나면 확진자가 예외 없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부처님오신날인 4월30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5일까지의 황금연휴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한 달 반가량 이어지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국민 일일 이동량은 급속히 늘었다. 그러자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한 자릿수였던 확진자가 5월8일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사흘을 쉰 15∼17일 연휴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추석도 민족 최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확산 여부 최대 고비 될 듯

한 설문조사 통계 결과에서도 추석을 앞두고 어른들께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번 추석엔 안 와도 된다'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이번 추석은 건너뛰자'와 '이번 추석은 우리가 가마'가 등이그 뒤를 이었다.

'이번엔 안 와도 된다'와 '이번 추석은 건너뛰자'를 선택한 비율은 특히 50~60대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올해는 전통에 구애받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느냐는 문제만 남아 있다.

필자도 올해는 타지에 사는 조카들이 오지 않아도 뒷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불안감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2030세대에 대한 선배 세대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꼰대가 되지는 말자는 뜻이다. 더 큰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자. 이번 추석을 맞이하는 나 스스로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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