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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어떻게 소수자가 되었나

광주여성재단 기획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분법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몸과 현실 다뤄

2020년 06월 15일(월) 08:56
주인 작 ‘악당들’/광주여성가족재단 제공
김도아 작 ‘블라인드’/광주여성가족재단 제공
광주여성가족재단이 기획전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전을 진행한다.

혜라, 김도아, 김현진, 민경, 주인, 칸류 등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기획전시는 이분법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몸’과 여성성에 대한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를 겪은 여성들이 결국에는 ‘디아스포라(소수자)’가 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혜라 작가의 ‘엄마, 나는, 2019’는 스탠 프레임에 천으로 벽을 둘러 고립된 좁은 공간을 만든 후, 그 안에 헤드폰을 설치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나레이션을 듣도록 한다. 헤드폰의 나레이션이 끝나면 관객은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 사전 비치된 노트에 ‘딸에게 남기는 이야기’를 적거나, 녹음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

김도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성의 ‘가슴’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늘 가슴 무게에 어깨 신경이 눌려 두통약을 챙겨먹었던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여성에게 가슴은 불필요한 육체의 일부분이자 고통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로 단 둘로만 나뉜 성별의 세상 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들을 자기 자신에게 던졌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슴절제술을 감행했다. 이번 전시는 그와 관련된 기억과 흔적을 다룬다.

김현진 작가의 ‘얼룩-진 이야기 Stain-ed story, 2019’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지에 가려 가시화되지 못한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 신체를 모호한 방식으로 표시, 묘사해 남성 혹은 여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이미지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분산되어 있는 절단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성별에 관한 편견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경 작가의 ‘몰래 수행하기:여성애적 정체성, 2019’는 자기 스스로를 감추고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그들의 존재와 욕망을 발현하기 위한 외침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시는 손톱을 깎는 행위를 통해 그 방식을 대변한다.

주인 작가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외모와 이에 따른 남성의 평가에 관한 사회적 현상을 비판한다. 많은 게임 속 여성의 성 상품화, 성적 비하, 고정된 성 역할 등의 요소는 의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게임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사회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인간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문화의 한 축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인종, 소수자, 젠더 등 다양성이 녹아있는 현 시대의 가치를 게임 속에 녹여낼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칸 류 작가는 ‘달려있는 존재, 2019’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구에 가해지는 조롱과 혐오의 표현에 주목하는 동시에 트랜스젠더의 성적 정치학에서 통제불가능성이 낳는 불안과 공포의 요소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직접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욕망을 종이에 적은 뒤 갈기갈기 찢어서 다양한 색과 질감의 ‘액체괴물’(슬라임)을 만들거나 평소 동경하는 여성의 캐릭터를 표현해 본인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예술가가 보정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등 단순한 ‘관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작품에 개입하고, 이를 저장해 새로운 작품을 재탄생시키는 아카이빙 작업도 시도한다. 동시에 사회 속 여성이 처한 다양한 현실을 관객들이 직면하도록 하면서 ‘지금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광주여성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비남성 집단으로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며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의 기록에 관한 탐구와 그 내용을 담아내기 위한 전시”라고 덧붙였다.

기획전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전은 오는 7월 10일까지 재단 8층 여성전시관 허스토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지현 기자         오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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