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면적은 전남에서 가장 넓다. 광활한 대지와 온난한 기후로 농업과 어업이 발달해 먹거리가 풍부하다. 부처가 누운 듯한 와불형상의 두륜산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흥사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들과 볼거리도 가득하다. 즐길거리와 볼거리, 먹거리 천지인 해남. 그중 닭코스 요리는 해남 여행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할 대표 음식이다.



◇닭코스 요리의 탄생

지역 대표 닭요리라고 하면 춘천 닭갈비와 안동찜닭, 광주 양동통닭 등을 우선 떠올린다. 하지만 아직 해남 닭코스를 먹어보지 못했다면, 어디가서 닭을 좋아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해남 닭코스 요리는 닭 한마리로 다양한 요리를 맛볼수 있다. 닭을 치느님으로 여길만큼 닭요리를 좋아한다면 해남 닭 코스 요리는 꼭 맛봐야 한다. 해남 닭 코스요리는 ‘장수통닭’이 첫 출발점이다. 1975년 당시 구멍가게로 시작했던 장수통닭집에서는 닭백숙과 술을 팔았다.

어머니에게 운영권을 넘겨받은 안재근씨는 손님들이 퍽퍽하다며 남긴 닭 가슴살이 못내 아쉬웠다. 전국 음식점을 돌며 고민 끝에 닭 가슴살을 썰어 채소와 버섯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주물럭을 만들었고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해남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생닭을 잡으면 닭 가슴살과 닭 모래집을 회로 썰어 먹어왔다. 주물럭과 함께 낸 닭 육회 등 변화를 꽤했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해남 닭코스요리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장수통닭집 일대로 닭코스 요리 전문점이 1~2개씩 형성됐고, 현재는 해남읍 일대에 닭 요리촌이 형성됐다. 지금은 돌고개가든, 진솔통닭 등 8개의 전문점이 해남 닭요리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달걀로 시작해 죽으로 마무리

해남 닭 요리는 삶은달걀, 닭육회, 닭구이, 닭주물럭, 닭백숙, 닭죽으로 6개 코스에 달한다. 닭 한마리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더구나 최대 5명이 먹을 수 있어 양 또한 푸짐하다.

가게 사정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삶은 달걀이 먼저 나온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몇몇 가게 업주들이 고안한 방법이다. 삶은 달걀을 먹고 군침이 생성될 무렵 닭코스 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요리에 쓰이는 닭은 해남과 보성 일대 양계장에서 공급한다. 3~4kg 장닭을 사용해 크고 실하다. 주문과 동시에 닭을 잡기 때문에 신선하다.

닭날개와 닭발을 구운 닭구이는 양념을 하지않아 전반적으로 담백하다. 구운 닭발은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닭구이를 다먹어갔을 때쯤 닭가슴살과 생 모래집을 얇게 포 뜬 닭육회가 나온다. 닭육회가 낯설 수도 있지만 막상 맛을 보면 편견임을 깨닫게 된다.

얇게 썬 닭가슴살은 쫀득하고 찰지다. 마치 소고기 생고기 식감과 비슷해 분간이 안갈 정도다. 비리지도 않는다. 닭 염통은 서걱거리는 식감이 재밌다. 닭 육회를 좋아한다면, 예약 전 양조절도 가능하다. 이후 닭다리 한쪽과 닭가슴살을 포로 떠 고추장 양념을 한 닭 주물럭이 나온다. 그냥 먹는 것보다 채소와 함께 곁들인다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배가 차오를 때쯤 닭백숙과 닭죽이 나온다. 흑임자와 검은깨를 갈아 쑨 닭죽은 고소하다. 찹쌀을 넣어 삶은 닭백숙살을 닭죽과 곁들어 먹길 권한다. 여기에 양파김치를 함께 먹는다면 맛은 배가된다. 먹어도 끝이 없는 닭코스 요리는 제대로 된 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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