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저는 1인 가구 입니다

이유진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2020년 05월 25일(월) 18:32
가족과 떨어져 직장에 다니는 나에게 "여성이 가족 때문에 혼자서 광주에서 생활을?"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을 바꿨다.

나에게 직장생활이란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라는 내 나름의 전제가 있었다. 해야 할 일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다 보니 선택지가 좀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필자가 1인 가구가 된 건 말하자면 직업이 계기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직장까지 걸어서 5~7분 거리이다. 몇 군데 혼자 살집을 알아보다가 시내 중심가에 4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인데 거실 하나, 방 셋인 집이 임대로 나온 걸 보자마자 그 집으로 가서 "바로 계약하시게요" 했더니 먼저 살던 사람이 "조금만 더 천천히 살펴보세요"라고 했다. 나중에 이사를 하고 나서 욕실에서 세수를 하려다 보니 무언가 없었다. 세면대가 보이지 않아서 세숫대야를 샀다.

집을 바로 계약한 건 집 임대료에 비해 방이 많아서였다. 책을 충동적으로 자주 사들이는 편이라 집이 좁으면 여기저기 책이 쌓여서 걷기가 불편해지곤 한다. 집 공간 구성에서 일 순위는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다. 방 두 개와 거실을 터서 서재로 사용한다. 사실 서재라고는 하지만 기능적이고 간결한 책장과 책상, 의자만 있긴 하다. 단, 의자만은 비스듬히 누워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편안함이 있는 가죽의자를 골랐다.

나는 이곳 서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뒤늦게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에 필요한 공부를 했고, 직장일에 필요한 관련 서적들을 더 읽었으며 가끔은 무기력해질 때에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며 마음의 갈피를 잡곤 한다.

필자의 가족 수는 네 명이다. 그렇지만 주거지역이 광주, 전남, 서울 이렇게 세 곳이다. 둘둘, 셋은 모인다 해도 한꺼번에 가족 넷이 모두 함께 만나려면 가족 톡에 서로의 일정들을 공유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돌이켜보건대 필자가 1인 가구가 가능한 것은 어쩌면 가족들이 '요리는 엄마가, 아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일반적 통념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가족이란 경제의 최소 단위라고 인식한다지만 우리 가족들은 남성이어서, 여성이어서 아내여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 역할보다는 서로가 '자기다움'을 찾고, 지키며, 평생 현역으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한다.

우리 집은 필자보다도 남편요리 솜씨가 더 좋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진 않는데 음식이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그러니 집밥이 생각날 땐 "아빠..."이다. 집밥에 대해 페친이 올린 레시피를 즐겨 본다. 일명 '김작자의 만연체 레시피'이다. 김치볶음밥 편이다. '강불로 시작해 어느 순간 김치가 달아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 할텐데 그건 지나가야 해. 이때 중불로 바꾸고, 김치가 노릇해지면 밥 투입. 김치 위에 밥을 쏟고, 식용유를 둘러. 응.. 고소한 거 먹고 싶잖아. 건강은 글쎄. 운동하세요(중략) 이 글의 주인공은 남성이다.

폴 아케르만(Paul Ackermann) 이 쓴 책 '남성의 재탄생'을 읽다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듯이, 오늘날 남성 또한 남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라는 문장에 공감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 가구 비율이 30% 가까이 된다. 1인 가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 이상이지만, 10년 전에 비해 1인 가구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계층은 50대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인구 특성별 1인 가구 현황 및 정책대응 연구'를 토대로 1인 가구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2030년이 되면 남자는 둘 중 한명(47%), 여자는 셋 중 한 명 (30%)이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볼 때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 사별 등의 이유로 우리 모두는 1인 가구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금 질문해 볼 일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