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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재의 와인이야기⑦-떼루아
2020년 05월 21일(목) 16:03
떼루아(Terroir)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토양이란 뜻인데 와인에서는 특정 지역의 전체적인 포도재배 환경을 뜻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원산지 명칭 통제 제도가 떼루아를 근간으로 했기 때문에 단순히 환경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포도 품종의 선택, 발효 방법, 효모 선택 등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인적 요소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프랑스는 떼루아를 너무 세분해서 지역을 나누는 특성이 있다. 한 단위의 포도밭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길을 기준으로 다시 떼루아를 나누는 예도 있다. 물론 길이 가로지름으로써 흐르는 에너지의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이는 포도 재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작은 길이 실제로 포도재배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호주에도 프랑스와 같이 원산지, 빈티지, 포도품종을 라벨에 표기할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프랑스와 같이 지역을 아주 작게 나누지는 않는다.

호주에서는 특별한 포도밭일 경우에는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에서 수확된 포도로 만들었다는 것을 명기하기도 하지만 프랑스처럼 그 포도밭에 특별한 포도 원산지 명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소규모 포도밭이지만 포도나무가 100년 이상 되었다면 당연히 그 나무에서 수확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면 희귀성이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별도의 떼루아를 적용해 생산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같은 포도밭이라도 지역에 따라 포도의 익는 시기가 달라지고 포도나무의 생장 상태가 달라 포도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미세기후(Micro climate)라고 하는데 비탈에 심어진 포도나무와 평지에 심어진 포도나무에서 열리는 포도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호주에서는 포도밭이 클 경우 구역을 나누어 분리 수확을 하기도 한다. 포도의 질이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분리 수확하게 되면 오크통이라든가 저장 탱크 등이 따로 있어야 하고 손이 이중으로 더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로 인한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유럽은 지역 간 기후가 많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호주는 넓은 평지가 많아 유럽처럼 지역 간 기후 편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포도 재배 환경에는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어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인간의 능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더라도 프랑스 같은 유럽 나라들은 과도하게 조절하는 것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유럽에선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최대한 자연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호주 같은 나라는 과학적 기술로 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럽이나 호주 똑같이 떼루아의 중요성을 안다. 호주도 포도나무가 잘 자라는 곳에 포도밭을 조성한다. 하지만 와인 제조 과정에서 유연하게 와인 품질을 조정하기 때문에 유럽 같이 와인 품질이 작황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럽와인에서는 특정 생산 연도를 알려주는 빈티지가 중요하지만 호주 같이 신세계 와인 국가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유영재씨는 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교 와인 사이언스 박사와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와인 품질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시드니 동그라미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당신은 와인을 알고 있습니까!?’와 ‘와인이 알려주는 놀라운 건강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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