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걷기와 달리기의 단상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2020년 04월 15일(수) 20:06
세월호 6주기다. 코로나19의 폭풍 속에서 선거는 끝났다. 봄볕 아래 걷거나 달리기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스포츠 과학자로서의 책임은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다. 걷기와 달리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다윈은 자연선택이 어떻게 두 발 보행(bipedalism)을 선호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인간은 두 발로 서서 걷고 뛰면서 두 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두 발로 서지 않았다. 과학적 근거들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채집할 수 있고, 걷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변화는 새로운 우연과 도전을 만든다. 인류는 네 발 보행을 포기하고 도구 제작자와 오래달리기 선수로 진화했고 그 대가로 통증을 얻었다.

걷기는 진자운동이다.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져 앞쪽으로 움직일 때 회전중심은 골반이지만 몸을 지지할 때는 회전중심이 발목이 되어 거꾸로 뒤집힌 진자운동을 한다. 회전중심을 뒤집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과학적 방법 중 하나다. 발을 내딛는 동안 근육은 수축하고 다리를 아래로 밀면서 몸을 발과 발목 위로 넘긴다. 이 동작은 무게 중심을 높여 위치에너지를 저장하고 저장된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다. 침팬지는 골반·무릎·발목을 심하게 구부리며 걷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진자 걷기는 과학적 움직임의 산물이다.

달리기는 걷기와 다르다. 첫째, 다리는 스프링처럼 한 다리에서 반대쪽 다리로 점프하게 해 준다. 달리기 전반부에는 엉덩이·무릎·발목이 구부러져 무게중심이 내려가고 다리 근육과 힘줄이 늘어나 탄성에너지를 저장한 후 그 에너지를 방출하며 뛰어오를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극대화시킨다. 둘째, 발바닥 아치 구조물은 달릴 때 또 다른 스프링 작용을 하여 에너지 소모를 17퍼센트 정도 줄여준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지난 2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인간의 발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간과했던 발 가로 폭의 둥근 아치 부분이 발의 작동방식과 진화, 걷기 및 달리기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가로 아치가 발전체 구조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100년 동안 유지돼 온 과학적 통념을 뒤집었다. 발꿈치 힘줄도 달리기에 도움을 준다. 유인원은 발꿈치 힘줄 길이가 1센티미터 정도지만 인간은 10센티미터가 넘고 두꺼워서 몸이 발생시키는 역학적 에너지의 약 35%를 저장하고 방출하도록 돕는다. 셋째, 호모에렉투스 이후 가장 큰 특징은 큰 엉덩이 근육과 귀속의 반고리관이다. 큰 엉덩이 근육은 걷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달리는 동안 몸통이 앞으로 꼬꾸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하게 수축한다. 유인원들은 이 근육이 작다. 인간의 큰 엉덩이 근육이 커진 것은 장거리 달리기를 활용한 추적사냥 방법과 관련 있다. 반고리관은 자이로스코프처럼 기능한다. 반고리관이 자극을 감지하여 뇌로 전달하면 눈과 목의 근육들로 신호를 보내 잘못된 움직임을 바로잡는다. 넷째, 목덜미 인대는 유인원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류에는 없다가 초기 호모 속에서 나타났으며 머리 뒤와 팔을 연결하는 고무줄 역할을 하여 머리를 안정시킨다. 특이한 점은 큰 엉덩이근·반고리관·목덜미 인대·짧은 발가락은 걷기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달릴 때 유용하게 사용되므로 달리기를 위한 진화적 적응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사태로 사회 전반의 활기가 가라앉았다. 데이비드 콰먼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서 21세기 인류는 온갖 인수공통 감염병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공포는 반복이다. 인류가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생존했듯이 과학자들은 해결방법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신종감염병과 싸워야 한다. 승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걷고 달리자. 평소 면역력을 높이자. 때론 단순한 운동이 답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