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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사광가속기 말잔치 '호남 우롱'

이해찬 대표 '전남 유치' 반발 일자 '경쟁' 번복
"정치쇼" 비난 봇물…광주·전남서 역풍 맞을 수도

2020년 04월 08일(수) 20:27
8일 오전 광주시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4·15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김태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텃밭’ 광주를 찾아 방사광가속기 전남 유치를 약속했다가 충북에서 반발하자 ‘충북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이 생략됐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민주당-더불이시민당 합동선거대책위 회의는 광주·전남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지역민심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였다. 또 4·15 총선에서 전국 압승의 발판을 삼기 위한 민주당의 정치적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 대표의 말 바꾸기로 되레 지역민심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장 오는 10~11일 실시하는 사전투표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겠다”며 “호남을 미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이어 “지역에서 아주 간절하게 요구해온 제2차 공공기관 이전용역이 거의 끝났다.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이 1당이 되지 못하면 미래통합당에 국회의장도 빼앗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개혁도 물거품이 된다”며 “사전투표부터 본투표에 이르기까지 지역구는 1번 민주당, 비례대표는 5번 시민당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이날 오후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유치를 위해 충북 등 각 지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남 유치를 약속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충북 도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통합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대표가 자신들의 텃밭에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유치를 약속한 것은 타지역이 안중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민주당은 이해찬 당대표 비서실 명의로 ‘이 대표 발언 관련 정정사항’을 발표했다.

비서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날 광주선대위 회의에서 이해찬 당대표가 발언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충청북도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괄호부분의 발언이 생략된 것이다”며 “이를 감안해 보도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광주·전남지역을 첨단일자리·미래과학·글로벌문화·환경도시로 만들기 위한 공동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공동 공약으로 ▲인공지능·자동차·문화·에너지산업 발전 ▲5·18 광주정신 헌법전문 수록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과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정 ▲첨단 과학기술·환경·농어업 발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약 등도 이 대표의 발언 번복으로 사실상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전남도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사업으로 모든 도정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사업인 만큼 허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주용 민중당 나주·화순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전남 유치발언 정정사태는 호남권 총선을 위해 활용하려다가 다른 지역에서 역풍을 맞을 것 같으니까 철회한 ‘전형적인 선거용 발언’이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이어 “과기부가 상대적으로 전남에 불리한 입지조건에 큰 배점을 할애하고 ‘전광석화’처럼 선정절차를 마무리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대표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빠져버리면 설립 예정인 ‘한전공대’를 전 세계를 대표하는 에너지대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국토균형발전과 과학기술기반 호남권 균형발전이라는 말이 헛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 안 모씨(56)는 “방사광가속기는 물론 e-모빌리티,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의 공약도 표를 구걸하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 대표의 이런 식의 행동은 공당 대표로서의 적절한 처신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광주 방문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였다”면서 “그러나 지역민들이 말 잔치에 그친 형식적인 얼굴 내밀기로 받아들이고, 말 실수에 따른 책임론까지 확산될 경우 자칫 지역민심이 등을 돌리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애란 기자         황애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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