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더 유명한 것은 ‘4대 희극’ 보다는 ‘4대 비극’일 것이다. 4대 비극에 해당하는 작품은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로, 이 중 ‘오셀로’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는 용맹한 장군인 오셀로가 부하 이아고의 말로 시작된 아내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과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 속 허구에 의해, 혹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 의해 철저히 몰락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 극을 한국 전통탈춤과 연결시켜 고전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한‘오셀로와 이아고’가 지난 3일 아르코 유튜브와 네이버 TV에서 생중계됐다. 이번 공연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공연의 대사 및 소리를 문자, 수어로 제공하는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공연의 무대구성과 배우의 움직임, 소리 등에 관한 해설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생중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탈춤극 ‘오셀로와 이아고’ 포스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셀로와 이아고’를 만든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소개와 간단한 ‘오셀로’ 줄거리 설명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소금이 가득 뿌려져 있는 무대 위, 한 그루 마른 나무의 나뭇가지에 탈들이 걸려 있고 나무 밑에도 세개의 탈이 놓여져 있다. 조명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등장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의심과 질투, 광기에 가득 찬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본 이아고가 환희에 날뛰기 시작한다.

“사랑의 끝, 아니지 아니지. 사랑 뒤에 숨겨진 말들의 끝이라고나 할까? 미움, 의심, 질투. 그저 숨결 같은 입김으로 끝장나버리는 사랑. 모두가 다 덧없고 덧없는 것이렸다!”라고 외친 이아고가 오셀로 곁으로 다가가 슬픈 척을 한다. 오셀로의 마지막 모습을 첫 장면으로 내세우며 앞으로 벌어진 파멸의 시작을 예고한 것이다.

무대가 바뀌고, 빨간 탈을 쓰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나는 오셀로와 그 옆에서 굽신거리는 이아고가 등장한다. 부관의 자리를 탐내고 있었던 이아고의 바램과 달리 오셀로가 카시오를 부관 자리에 앉히자, 이아고는 오셀로를 향한 복수를 결심한다.

공연 속 활짝 웃는 입의 나무탈을 쓴 이아고의 모습은 부채로 그 입을 가리자 너무나도 차가운 표정으로 변모한다. 탈을 통해서 오셀로에게 충성하나 속으로는 그를 증오하는 이아고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오셀로의 탈은 초반에는 빨갛고 큰 모양의 탈로 그의 용맹스러움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후반에서는 희번덕거리는 눈을 가진 푸른 색의 탈을 쓴 채 등장해 그가 질투에 눈이 멀어 제정신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셀로, 이아고, 데스데모나를 연기한 세 명의 연기자들은 실제 고성오광대, 하회별신굿탈놀이, 강녕탈춤의 이수자들로 인물의 특징을 탈춤의 양식으로 발현해 탈 뒤에 감춰진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탈춤을 통해 더욱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오셀로와 이아고’ 네이버TV 온라인 생중계 캡쳐.

천하제일탈공작소의 대표이자 2017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허창열은 “오셀로와 이아고는 ‘명작으로 탈춤을 춰 보자, 탈춤으로 명작을 해 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라며 “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기 얼굴을 숨기는 것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인 마음까지 숨기는 탈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우리 몸짓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만나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졌는지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셀로와 이아고’는 쇼케이스 당시 탈춤과 고전의 만남이라는 형식과 쇼케이스의 높은 완성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찍이 스탕달은 “사랑에 눈이 먼 남자의 연애는 사실적인 환상”이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 상대를 결점이 없는 인간으로 상상한다는 것이다.‘결정화 과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남자는 헛것을 보게 되는, 쉽게 말하면 콩깍지에 씌이게 된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말을 통해 자신의 위험한 상상을 현실과 혼동한 오셀로가 그의 상상 속 데스데모나의 행동에 분노해 실재하는 데스데모나를 죽임으로서 스탕달의 ‘결정화 과정’을 증명한다. 얼굴을 탈로 가리고 춤을 추는 그들을 통해 본다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오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