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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발매금지당한 유일한 일본 여류시인, 일본제국주의 정부 비판한 문서 발견

‘마쓰다 도키코’ 연구 권위자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발굴
발매금지 주체·배경 밝힌 복각판

2020년 02월 19일(수) 11:14
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마쓰다 도키코
발매금지 주체와 배경 밝힌 시집 앞표지(복각판)
일본의 근현대 역사상 시집 발매금지처분을 당한 유일한 여성시인 마쓰다 도키코가 직접 자신의 시집을 발매금지시킨 일본제국주의 정부를 비판한 문서가 발견됐다. 마쓰다 도키코는 일본인 진보적 양심작가로, 일본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조선인 징용자, 중국인 포로 등 그 시대 약자들의 권리 대변에 앞장섰던 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였다.

도키코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국의 시선에서 조명, 국내에 그녀를 알려온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에 따르면 마쓰다 도키코는 그녀의 시집 ‘참을성 강한 자에게’가 1935년 도진샤(同人社)에서 출간 후 발매금지를 당하자 항의의 의미를 담아 1995년 후지(不二出版)에서 ‘참을성 강한 자에게’의 복각판을 출간했다.

김교수는 마쓰다 도키코가 복각판을 펴낸 이유가“발매금지시킨 주체에 대한 저항의지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복각판의 저자 후기에 ‘지금 어째서 발매금지 시집일까’라는 제목을 붙여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발견된 책의 서문에서 마쓰다는 “내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쓴 “이 시집 ‘참을성 강하게’의 복각을 결심한 것은 발매금지된 시집이었기 때문”이라고 복간판을 내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발매금지 후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문화적 탄압을 일삼았던 일본정부를 비판했다.

그녀는 또한 “나의 최초의 시집을 당시의 정부가 발매금지시켰다는 것에 나는 아직도 분노하고 연연한다. 나의 첫 시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금지를 당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며 분노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이 이 시집을 출간한 당시(1935년) 시의 한자, 한 구절까지 세심하게 트집을 잡았던 것이 바로 일본의 군국주의적 정부라고 토로한다.

그녀는 “더욱 날카롭고 더욱 훌륭한 시대비판을 담은 많은 문학작품이 장르와 상관없이 ‘××’ 복자표시로 더렵혀졌고 발매금지 대상이 되었다”라고 역설하며 당시 문학작품 전반에 대해 감시의 잣대를 들이대고 억압을 가한 사실을 고발한다. 그녀는 일본정부가 자신의 시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어 문학의 자율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1935년 당시는 오카다 게스케(岡田啓介)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 마쓰다는 치안유지법을 구실로 삼아 권력이 문화적 폭거을 자행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한 셈”고 평가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첫 시집이 발매금지당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자신의 첫 애가 타인의 손에 의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억눌려 죽은듯한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평화헌법 수호의 의지도 드러낸다. “이 시집을 (투쟁해온) 선배들의 묘지에 바치고 싶다. (약) 헌법 9조를 짓밟고 반민주적 악정을 펼치려는 세력에 맞서 활동하며 집필하는 전후세대의 동료들에게 바친다”며 문서는 끝난다.

김교수는 “마쓰다 도키코는 99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 3일전 자택에서 진행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시민들에게 헌법 9조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며 투철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복각판은 1935년 당시 일본정부의 검열로 5~6페이지 삭제된 부분과 ‘××’ 복자 표시의 모든 부분이 복원되어 간행된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오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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