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김대중 글짓기 대회 고등부 우수상
2019년 12월 17일(화) 16:16
마지막 선물

조선대학교 여자고등학교
2학년 8반 1번 강우현


서희에게
잘 지냈느냐? 텔레비전에서 내 이름이 써진 판을 들고 있는 너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기관에 전화를 해보니 우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찰나더구나. 어떻게 그 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다 할까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쓴다. 아마 네가 북으로 돌아간 후 이 편지를 보겠지.
나는 남으로 내려오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 했단다. 호박전을 보면 맛있다고 좋아하던 네 얼굴이 생각나고, 흰 쌀밥을 보면 자상한 어머니 얼굴이 생각나고, 조기반찬을 보면 인자한 아버지 얼굴이 생각나더구나. 며칠을 그렇게 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생각을 바꿨단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 네가 있는 북으로 건너가 가족 모두가 다시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을 한지도 어느새 60년이구나. 그 동안 나는 사업을 차렸고, 많은 인연을 만들었으며 결혼도 하고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정작 내가 보고 싶던 사람들은 보지 못했구나. 그나마 이제야 조금은 마음이 편하구나. 차를 타고 3시간이면 갈 거리에 있는 너에게 가지 못 한 것이 너무나도 슬프더구나. 혹여 홀로 남으로 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느냐, 원망하였다면 부디 용서해다오. 수십 년이 지나고 부모님 얼굴도, 친구들 얼굴도, 먼저 보낸 아내 얼굴도 기억나지 않건만 네 얼굴만은 이상하게도 선명하구나. 어머니께서 잘라주신 단발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울던 네 모습, 네 친구들과 땅따먹기를 하던 그 얼굴, 네 표정, 말투, 손짓 발짓 모든 것이 꿈에서도 선명해 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이제 너를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반가워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구나.
내가 처음 소학교에 간 날 네가 하루 종일 나를 마당에서 기다렸던 것이 기억나느냐? 그날 학교가 끝나고 네게 서둘러 달려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지만 집에서 기다릴 너를 생각해 아픈 것을 참고 달려가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어릴 적처럼 한달음에 네게 달려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의 우리는 밟아야 하는 절차와 확인 그리고 검증이 너무나도 많더구나. 그래도 그게 어디냐, 잠깐이지만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가족과 떨어져 있던 것이 화근이었는지 요즘 건강이 많이 좋지가 않구나. 너는 건강하니? 부디 건강하게 잘 있어주면 좋겠구나. 너의 건강이 나의 건강이며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지 않겠느냐. 나는 남매간의 인연은 그 누구도 끊어놓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이라고 믿는다. 설령 사람들이, 나라가, 세상이 우릴 갈라놓는다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부디 건강하길 바란다. 언젠가 구름너머 저편에서 다시 보기를 바라며…….
2019년 10월 28일
양서준

“죄송해요, 고모. 제가 아버지를 더 자주 찾아뵀어야 했는데…….”
둥그런 원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여자가 붉어진 눈가를 휘며 웃었다.
“아니란다, 이리 나와 주어서 고맙구나. 그래도 오라버니가 편지를 남겨서 다행이구나…….”
천천히 연회장을 걸어 나온 그 여자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요. 우리 구름 너머 저편에서 다시 만나요, 오라버니. 그 곳에선 부디 건강하길…….”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