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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글짓기 대회 고등부 우수상
2019년 12월 17일(화) 16:09
누가 뭐래도 우린 한민족이잖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통일-

목상고등학교
1학년 7반 표 지 오

엄마가 동생 교복 치맛단을 꿰매며 눈물을 뚝뚝 흘리신다.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니 시원하기는커녕 기분만 나쁘다. 여지없이 시험기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지오야, 모의고사가 며칠 안 남았네. 수행평가는 미리미리 해둬.” 엄마는 나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어떨 땐 이런 엄마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짜증이 난다.
“응, 내신이 코앞이라 모의는 그냥 버릴라고.” 나도 모르게 맘에도 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가뜩이나 시험이 코앞이라 불안하고 예민해져 있는데 엄만 그럴 때마다 눈치 없이 아는 척을 하니 기어이 맘에 없는 말이 툭 튀어 나오고야 만다.
“모의를 버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학생이 내신 따로 모의 따로가 어디 있니? 대학가는 데 내신 따로 모의 따로가 말이 되니?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는데 네 마음가짐이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니? 뭐든 열심히 해야 하잖아.”
엄마는 이후로도 잔소리 폭탄이다.
“아~시험은 내 시험인데 엄마가 무슨 상관이야. 성적도 내 성적이니까 신경 꺼.”
엄마에겐 관심이... 내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곤 안 해도 될 말까지 엄마에게 받은 것보다 10배는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고서야 우리의 전쟁은 끝이 난다.
며칠을 말없이 지내다 보면 사과 할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엄마가 내게 손을 내민다.
‘하아~ 미안하게 엄마가 또 먼저네.’
분명 마음으론 사과해야지 하면서 기회를 놓치고 금세 후회가 밀려든다. 남이었다면 아마도 평생 화해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가족이라 이해할 수 있고 가족이라 앙금이 남지 않는다.자주 있으면 안 되겠지만 내가 동생과 싸워도 금방 잊어버리고 웃는 것처럼 엄마와 아빠와도 종종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가족은 이래서 가족인가? 아무리 상처 주는 말을 해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안아주고 보듬어 준다. 어느 누구에게든 가족은 든든하면서도 언제나 내 편인 것이다.
그런 존재인 가족들이 서로 얼굴도 못 보고 왕래도 못하는 사이라면 그들에게 가족은 어떤 느낌일까? 가슴절절하고 생각만 해도 아련한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만으론 가늠이 안 된다.
올해로 남과 북이 분단된 지 약 71년째이다. 그 오랜 시간을 남과 북의 가족들은 단 21차례만 상봉을 하였다. 70년의 세월 동안 불과 21번뿐이라니... 1년에 한 번 꼴로도 부족할 텐데 지척에 두고도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을 그리워하다 못보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고 한다.
최근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드라마 같은 일들이 많았다. 남한의 90대 할머니와 북한의 70대 아들의 만남, 제주태생인 16살 언니가 돈 벌어 이마에 난 흉터를 없앤다고 서울로 가선 전쟁이 발발해 북한으로 피난 간 언니와 남한의 가족들, 세브란스 간호학교에서 공부하던 언니가 6.25전쟁 때 인민군에 의해 실려가 생사도 몰랐던 가족들과의 만남 등 저마다 사연이 없는 가족들이 없었다.
사연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들은 이 모든 아픔을 견디고 참아왔던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로 꾸준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날 지경이다. 정기적인 만남을 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 너무도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 마음도 이런데 이산가족들 마음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그런 분들도 있는데 난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이렇게 허투루 보내고 심지어 상처까지 주는 말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니...이산가족 분들에게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지금의 나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무척이나 감사함을 느낀다.
2박 3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의 만남을 한 가족들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날을 기약하며 또 다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 만남을 추억하며 디딤돌 삼아서 하루는 보고 싶어 울고, 하루는 만남을 희망하며 눈물을 감출 것이다. 전쟁 이후 헤어진 가족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산가족은 통일이 되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여전히 탈북민들의 이산가족들이 통일 전까진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천륜은 끊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천륜이란 부모와 자녀간, 형제간 맺어진 관계로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서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관계를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갈라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남과 북이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우선 실행해야할 것은 더 이상의 이산가족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통일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통일은 전 세계인이 바라는 바이고 우리에겐 간절한 바람이다. 체제가 달라 갈등과 혼란이 초래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엔 기다려주는 이산가족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1950년대가 아니다. 그 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고 남북한의 정상들도 바뀌었다. 비무장 지대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고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에 갈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지만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이 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다시 냉랭한 상태이긴 하지만 우린 가능성을 보았다. 통일은 급작스럽게 될 지도 또는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통일에 대해서 나는 반대의 의견도 조금은 있었다.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람들과의 정서나 문화가 달라 혼란스럽고 무질서해질 것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또 통일 비용을 남한 쪽에서 많이 부담해야하는 것도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로 인해 얻는 이득은 많다. 경제 발전, 군사력 발전, 영토 확장, 분단 비용이 들지 않는 것 등 통일로 인한 이익은 남과 북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서로 언어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나와 엄마가 서로 의견이 달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더라도 금방 화해할 수 있는 이유는 같은 언어로 서로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남과 북도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준 후 대화를 통해 지속된 만남을 갖는다면 통일은 더 빨라질 것이다. 반면에 정치적 이념을 앞세워 서로의 실리만을 추구한다면 통일은 멀어질게 뻔하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의 염원인 통일을 아무런 대책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통일을 하기엔 오랜 시간을 우린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짧게나마 통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산가족은 정기적으로 꼭 만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가족이 있을 텐데 이산가족에게만큼은 체제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남한과의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도 말이다.
또 남북한 문화교류를 하고 민간인들의 자유여행을 가능하게 하여 서로를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한 철도를 개통하여 유럽까지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꾸준히 지속하고 약속을 깨뜨리지만 않는다면 통일은 시나브로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린 처음부터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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