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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6>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1편

찬란한 아름다움과 음울한 파괴의 흔적 공존

2019년 11월 21일(목) 16:35
야간 조명으로 더욱 웅장한 프랑스 풍의 누오보 성(카스텔누오보).
나폴리의 서민 생활상이 드러난 스파카 나폴리.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도시 50’ 선정

지역 특유 풍습·전통 유지 정체성 간직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이다. 그래서 나폴리는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 50’에 선정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나폴리는 기후가 겨울에도 온화한 지중해변에 위치하고 있으니 고대 그리스인들이 잽싸게 몰려왔고 그들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에도 비잔틴 문명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아픈 역사가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정제하거나 소화하여 독특한 남부문화를 이루고 있다.

지역 특유의 풍습과 전통을 유지하는 남부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는데 스쳐가는 여행객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북부지역의 경제적 풍요, 중부 로마권의 고대 로마 유적지 클러스터와는 다른 도시 외관과 길거리 모습은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나폴리는 나폴리만에 인구 100만명이나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이지만 주요 관광지가 시내권에 모여 있는 편이라 발품을 팔면 하룻만에도 끝낼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기초로 드디어 나폴리에 입성하게 되었지만 다시 찾는 나폴리를 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나 자신도 단정하지 못했다. 이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나폴리를 찾는 길이니 잔뜩 기대했다. 그리고 25년 전에 다녀온 곳이라 또렷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 진입시 첫인상은 어떻게 다가올까 심히 궁금했다.

시내호텔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주차장이 없었다. 발렛파킹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주위가 온통 비좁고 지저분했지만 실내는 너무 좋았다. 주변을 살피러 나갔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기 때문인지 엄청난 교통체증과 인구밀집 때문에 경악을 했다. 어느 이탈리아 도시도 이렇게 혼잡하고 불결한 곳은 없었다. 차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도 아슬아슬했다. 어느 도로변 여유 공간엔 4중으로 밀착 주차된 차들이 줄지어 있으니 차량입출은 어떻게 감당할지 남의 일이지만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무질서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나 보구나….

그리고 가난한 시민들이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 살면서 집집마다 빨래를 창문밖에 모두 널어 두었다. 사진으로 보아 익숙한 풍경인데 이곳이 그 유명한 ‘스파카 나폴리’이다. 스파가라는 말은 분할하다라는 뜻인데 나폴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2km의 거리로서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주거지역이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지역으로 서민의 기질을 닮았다고도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라고도 하는데 ‘스파카 나폴리’라는 애칭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방인의 첫 느낌은 이런 곳에 마피아가 뿌리 내릴 것 같은 음울한 분위기였다. 도시빈민층이 무질서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만의 풍광과 분위기도 관광거리라고 내세우니 동감했다.

어떻게 해서 이탈리아에서 이 곳만 고층아파트가 있을까? 그것도 당장 철거해야만 하는 너저분한 아파트가 널려 있을까? 모든 현상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군항이었던 이곳은 연합군의 폭격에 박살이 났다. 전후 복구가 시급한 마당에 싸구려 아파트가 대량 건설되어 고대 유적과 혼재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파괴와 전후의 거친 삶이 얽힌 슬픈 사연도 관광현상이 되는 곳, 이곳이 바로 나폴리이다.

우리는 나폴리의 가장 중요한 관문인 나폴리 중앙역과 스파카 나폴리 동쪽끝의 중간에 위치한 산 피에트로 호텔을 잡았다. 그래서 지척인 스파카 나폴리가 도시의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역에서 1km 남짓 남쪽에 카프리로 떠나는 선착장이 있고 2~3km 북쪽에 국제공항이 있으니 나폴리는 이 일대 카프리 섬, 폼페이, 소렌토, 아말피 죽음의 해안도로 등의 관광 시발점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도 일찍부터 이곳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끝내 돌아가지 않고 로마사람이 되었으리라…. 세월과 사람이 얽히는 혼혈과 융합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게 세상이치가 아닌가.

해변에 우람하게 위치한 누오보 성은 네 귀퉁이에 탑을 갖고 있는 견고한 성채로서 프랑스풍이다. 13세기에 축조되었는데 내부는 잘 보존된 상태라고 하지만 2차 세계대전시 폭격으로 예술작품이 많이 손실되었다. 내부 예배당도 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서 밤에도 야간조명을 받아 웅장했다. 서쪽 인근에는 만남의 장소인 산카를로 극장이 있는데 이탈리아 3대 극장이다.

더 남쪽 해안으로 걸어오면 오디세우스의 전설을 간직한 ‘달걀’이란 뜻의 오보 성(카스텔델오보)이 있다. 이 섬에 감춰진 달걀이 깨지면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관광명소가 밀집하여 중심 광장이 되는 플레비시토 광장에서 오보 성까지 해안선을 따라 바다 건너편의 베수비오 화산을 조망하고 서편 나지막한 반도 위로 황혼이 비끼는 광경을 감상하노라면 나폴리 미항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초승달과 함께 노을이 불타 더욱 아름다운 미항 나폴리. 좌측에 오보 성채의 실루엣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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